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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2015)

영화 속에 담긴 현실

by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20. 7. 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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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2015)

 

간호 조모사로 일하는 해림(서영희)의 삶은 그리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래층 부부의 말다툼 소리에 잠에서 깬 해림이 느지막한 아침에 가장 먼저 손에 쥔 건 담배 한 개비. 삶에 대한 의욕 또한 부족해 보인다. 그런 그녀가 새로 일자리를 구한 병원은 평범한 병원이 아니었다. 부정부패가 드러나 교도소 수감 중이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걸 핑계로, 병원에서 사는 전직 고위 공무원. 병원 의사와 간호사, 조무사는 돈 많은 교도소 수감 중인 공무원을 24시간 쉬지 않고 돌봐준다. 그곳에서 해림이 전담할 환자는 뇌사 상태로 10년째 살아있는 할아버지. 돈을 엄청나게 벌었단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아들은 자기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 두질 않았다. 죽어가는 아버지의 신체 장기를 하나씩 새 걸로 교체하며 어떻게든 숨을 쉬게 만드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아버지가 살아있는 한 아들은 매달 10억을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는 순간 아버지가 일군 모든 재산은 자선 단체에 기부되고 아들에게 떨어지는 건 딸랑 집 한 채.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 병실을 떠나지 않는다. 아버지 병실이 곧 자기가 사는 장소다. 아들의 삶의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를 오랫동안 살려 놓기였다.

 

        얼마 전 할아버지 몸속에 새로 넣은 심장이 이상이 있음을 발견된 며칠 후 해림은 이름도 알 수 없는 뇌사상태에 빠진 임산부(권소현)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돈이 엄청 많지만 뇌사 상태로 10년째 살고 있는 할아버지의 아들이 어느날 해림을 불러 지폐가 두둑하게 든 돈을 건네며 뇌사상태에 빠진 여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뒷조사를 요청했다. 심장 이식 수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미나'라는 이름의 뇌사 상태로 살고 있는 임산부 뒷조사를 해림에게 요청했다.

 

        돈이 필요했던 해림은 흔쾌히 미나(권소현)라는 여인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았고, 현재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노인 요양원에서 산다는 소식을 알아냈다. 미나가 다녔던 중학교에 찾아간 해림은 학창시절 미나는 친구 없이 혼자 외롭게 왕따 아닌 왕따로 자기를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타고난 갈색머리로 선생님께 혼이 났고, 선생님 명령에 따라 머리를 검게 보이기 위해 검은색 잉크를 머리카락에 바라고 학교에 왔다 야외 체육 수업 중 내린 소나기에 머리카락에 바른 잉크가 녹아 하얀색 체육복을 검게 물들였고, 이를 지켜본 친구는 미나를 더더욱 이상한 아이로 낙인 했다는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미나는 보험회사 고객센터 전화 응답 요원으로 일했단다. 그곳에 찾아간 해림은 미나와 함께 일한 직장 동료로부터 미나가 함께 일했던 직장 상사로부터 성학대를 받았는데, 미나는 이를 사랑과 애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그 상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봉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장 상사는 미나를 이용하여 잇속을 챙길만큼 챙긴 후 미나를 직장에서 쫓아냈음 또한 알게 되었다.

 

        보험회사에서 쫓겨난 미나가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일한 곳은 화장품 공장이었다. 그곳에 찾아간 해림은 그곳에서 미나와 함께 일한 직장 동료로부터 미나가 공장 직원용 버스 운전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화장품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에 걸맞지 않은 노출이 심한 옷을 미나가 즐겨 입었는데, 그 이유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누구도 자기가 살아있음을 알아주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남 앞에서는 개미 식단을 유지했지만 혼자 있을 때면 라면 5, 6개를 그 자리에서 거침없이 먹어 치움 또한 그 순간에는 자기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미나를 뇌사 상태에 빠뜨린 이가 미나를 임신시킨 버스 운전사와 그를 따라 미나에게 집단 성폭행을 행한 회사 남자 직원이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미나 뱃속에 있는 아기는 탯줄을 목에 감고 있었다. 엄마와 자기의 운명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일까?

 

        해림은 뇌사상태로 10년 째 살아가는 할아버지 잎에 붙은 산소호흡기를 떼어내 할아버지를 살해했다. 미나 심장을 미나 몸에서 분리하는 수술을 시작하려던 의사는 할아버지 사망 소식을 듣고 미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살리는 수술을 감행했고, 미나는 죽었지만 아이는 살아서 세상에 들어왔다.

 

        꿈속에 나타난 미나에게 해림이 물었다. "왜 아기를 살리려고 했어요?" 미나가 대답했다. "제 인생에서 절 사랑해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 아이가 절 사랑해줬어요. 그 말은 해림은 오열했다." 언젠가 해림은 뱃속에 있는 아기를 홀로 외딴곳에서 낳아 여행용 가방에 돌덩이와 함께 담아 강속에 버렸었다. 해림이 미나 뱃속 아기를 살라기 위해 할아버지를 죽였다. 자기가 죽인 자기 아이를 다시 살리기 위해 할아버지를 살해했다.

 

        병원을 떠나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가는 버스 안에 서있는 미나는 길가 상가를 바라보다 어느 사진관 진열장에 놓인 미나 사진을 발견했다. 화장품 공장에서 쫓겨난 미나는 창부촌에서 살았고 어느날 뱃속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같이 일했던 한 창부의 말이 생각났다.

 

        "전 항상 열심히 하는데, 돌아오는 게 없어요." 미나가 바라본 인생이었고, 그 인생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자기 모습에 관한 반추다. 충격적인 장면이 점점 더 강력한 소름이 만들어내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교훈은 마음에 쏙 와 닿는다. 내 옆에서, 내 주변에서 쓸쓸하게 살아가는 이에게 관심을, 관심도 힘들다면 최소한 한 인간 존재가 걸어온 삶에 기록된 흔적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말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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