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전문잡지 지큐 GQ에 실린 "출입구는 없다 NO Exit"란 이야기를 기초로 삼아 조셉 코신스키 Joseph Kosinski 감독이 만든 영화 속 주인공은 애리조나 주 프레스콧 Prescott 도시에 있었던 그레나잇 산 산불 진압 부대 Granite Mountain Hotshots 산불 전담 소방요원 20명 중 2013년 야넬 언덕 산불 Yarnell Hill Fire 진압 작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브렌던 맥도너그 Brendan McDonough다.
일 년 내내 햇볕은 짱짱하고 습기가 거의 없는 캘리포니아 사막 기후는 한 번 발생한 산불이 겉잡을 수 없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산불이 나면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되어 산불 진행 경로를 파악하여 맞불을 놓아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 특수 부대를 핫샷 hotshots이라고 부른다.
실업자에 마약에 쩔어 사는 브렌던은 몇 달 전 헤어진 여자 친구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옛 여자 친구는 뱃속 아기가 브렌던의 아이가 맞음을 시인했지만, 무능력에 무책임한 브렌든에 기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문전박대했다. 술김과 홧김에 길에 세워진 차 도로 안내기 GPS를 훔치려다 경찰에 붙잡혀 삼 일간 구치소에 머물고 집으로 돌아갔더니 엄마는 돈이 든 봉투를 하나 던져주며 집에서 나가길 요구했다. 자기 삶도 자기 모습도 맘에 들지 않았던 브렌든이 어떻게 해서든 인간답게 살기 위해 찾은 곳이 소방 특수 부대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낸 산불 전담 소방서였다.
산불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서 산불 진행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산을 잘 탈 수 있는 기초 체력이 필수였다. 한 순간의 실수는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산불 진화 훈련과 소방 대원 간의 지휘 계통 체제는 군대를 연상케 했다. 진화 훈련 중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실전에서 활용하기가 꺼려지는 건 생존율이 50할에 미치지 못하는 무조건 방어 defense다. 발열 물질 차단막으로 된 침낭을 뒤집어 쓰고 퍼져나가는 불길 한가운데에서 버티는 훈련이다.
산불 소방 대원의 일상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영화였다. 뉴저지에서는 볼 수 없는 사막 기후가 만든 광활한 자연 경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람 요소다. 폭풍보다 더 강렬하게 소방 대원을 뒤덮은 산불 속에는 거대한 '불'곰 한 마리가 불과 함께 산속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수 천 년 전 캘리포니아에 살았던 인디언은 산불이 산속에 사는 곰이 불처럼 뜨겁게 화가 났을 때 발생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살며시 제시하는 장면인데, 예측과 진단, 방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과학적 사고가 신화적 사고 틀 안에서 발달해왔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삶과 죽음. 인간이 이룩한 과학 문명이 지금까지 싸웠고 앞으로도 싸우겠지만, 결코 이길 수 없는 '불'곰 같은 한계 너머의 현상 혹은 존재다. 산다는 게 뭘까? 무조건 방어 자세로 속절없이 삶을 마감한 소방 부대원 19명이 남기고 간 잔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했다. 역시나 답은 없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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