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의 특별한 형제 (2019) - 2020/03/20

영화 속에 담긴 현실

by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20. 3. 21. 12:52

본문

나의 특별한 형제 (2019)

지누, 미누, 처 그리고 나는 한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저녁을 먹은 후 간식으로 달고나를 해 먹었다. 설탕 덩어리를 단맛이 혓바닥을 새차게 때렸다. '와! 내가 어렸을 때는 이게 이렇게 단 줄도 모르고 그렇게도 열심히 먹었는데.'

       그런 후에 네 식구가 안락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관람한 영화가 <나의 특별한 형제>였다. 사고를 척추를 다녀 목 아래 몸이 마비된 지체 장애자 세하와 어머니에게 수영장에서 버림받은 지적 장애자 동구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살아간 삶에 대해 그린 영화였다. 이 둘이 함께 자라난 집 이름은 <책임의 집>입니다. 생명이 있는 한 죽을 때까지 생명 다하는 순간까지 살아야 할 책임이 그곳에 사는 각종 장애를 지닌 사람에게 주어졌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그곳을 운영하던 한 신부님이 만든 이름이다. 신부님이 돌아가신 후 그 집을 운영해 나간 이는 세하였다. 신부님이 받아오던 기부금이 신부님의 죽음과 함께 끊기자 세하는 좋은 직장과 좋은 대학을 위해 봉사 시간을 만들기 위해 <책임의 집>으로 찾아오는 이에게 돈을 받고 봉사 시간 증명서를 발급해주며 그곳에 버려진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 그런 그가 매사에 불만이 많고 조그만 일에도 금방 짜증을 내는 다혈질인 건 다행스러운 현상이었다. 마비된 몸으로 화를 외면화하지 않고 내면화하면서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래서 그는 '공부'라는 머리를 써서 할 수 있는 일에 억척스레 매진해 왔을 거 같다. 하지만,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이가 세하였다. 24시간 세하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며 손과 발이 되어준 동구가 있었기에 세하는 사지가 마비된 장애인으로 사회 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세하는 동구에게 각별했다. 각별하게 구박했고, 짜증 냈고, 화를 냈지만, 그런 만큼 동구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도 컸다. 수영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동구, 수영장에서 엄마에게 버림받은 동구가 한결같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수영이었다. 어릴 때 배워둔 수영 덕에 자살을 결심하고 강속으로 뛰어든 세하를 구할 수 있었고, 문을 닫게 된 <책임의 집>의 생존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돈을 벌기 위해 사회인 수영 대회에 출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책임의 집>이 완전히 문을 닫고, 장애인으로 사회인 수영 대회에 출전한 동구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목격한 동구의 어머니가 동구를 찾아오면서 영화 속 동구와 세하의 삶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동구가 세하와 엄마 중 누구와 살지를 정하기 위해 열린 법정에서 상대편 변호사의 질문에 답하던 세하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신부님이 사람은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요. 서로 도우면서 사는 사람은 대부분 가난하고 힘이 없대요. 왜 그런지 아세요?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만이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인생길을 걸으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마음공부고, 마음공부란 마음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는 일이라면 아직 난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난 가난하고 힘없게 살아 가지만, 아직은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는 깨달음보다는 어떻게 하면 생존 사다리에서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에 집착한다. 동구가 끓인 라면을 한 젓가락에 걸어 냄비 뚜껑 안 쪽에 올린 후 형 세하에게 먼저 줄 것 같이 입으로 후후 불어 식히더니 약간의 망설임 후 한 입에 주르륵 삼키는 걸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세하의 얼굴 표정이 다시 생각난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는 거. 어쩌면 먼저 한 입 삼키고 싶은 젓가락에 걸린 면발 한 조각의 유혹을 힘겹게 참아내는데서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맞는 거 같다. 남을 향한 배려의 시작점이 젓가락 끝에 걸린 면발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