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먼저 저녁 먹었어요. 어묵국 끓여 놨으니까 아이들하고 먹어요. 맛있어요."
미누랑 함께 한 시간 반 가량 드류 대학교 잔디구장에서 축구 연습을 하고 들어오니 처가 말했다. 화장실에서 지누가 옷을 벗고 목욕하려는 걸 본 후 저녁을 먼저 먹기로 마음을 바꾸고 식탁에 앉았다. 처는 수업을 위해 아이들 방으로 무작정 들어가기가 미안했는지 미누랑 내 저녁상을 서둘러 차려줬다.
"나 이제 수업갑니다. 저녁에 아이들이랑 영화나 한 편 보지 그래요."
"영화라? 아까도 봤는데."
"그래도 이럴 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부 출입을 하지 않는 상태) 애들이 재밌게 영화 보면 좋잖아요."
"네, 그럴게요."
아이들만 영화를 보라고 틀어놓고 난 내가 할 걸 할까말까 고민하면서 미누가 저녁밥 먹은 그릇을 설거지 하는 걸 본 후 지난주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가족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영화 DVD를 영상 기계에 넣었다.
고아였기 때문에 입양아로 전전긍긍하며 자라난 윌은 20살이 될 때까지 보스톤을 떠나 본 적이 없다. 입양 부모의 폭행과 가혹 행위로 다른 부모에게 다시 입양되었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20살 윌은 MIT 대학교 건물 청소하기, 건설 현장 용역으로 일하며 혼자 살아간다. 그런데, 그에게는 범상치 않는 능력이 하나 있다. 한 번이라도 본 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놀라운 기억력. 그로 인해 제대로 학교를 다닌 적은 없지만 빌은 어마어마한 학식과 지력, 특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학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날 MIT 대학 수학 교수 제랄드Gerald가 장난 삼아 제자에게 낸 수학 공식이 복도 칠판에 적혀 있는 걸 일하다 본 윌은 순식간에 그 공식에 대한 수리적 증명 과정을 만들어 냈다. 이에 깜짝 놀란 수학 교수는 그 학생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다 어느 날 밤 한 청소부가 또 다른 수학 공식을 증명하고 있는 걸 목격한다. 윌의 천재성을 알아본 교수는 윌의 수학 능력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끔 도와주려 하지만 윌은 요지부동이다. 폭력 사건에 휘말려 재판에 회부된 윌이 교도소에 가지 않게끔 도와주는 조건으로 교수가 요구한 건 자신과 함께 수학 공식을 하나씩 증명해 나가는 일. 법정은 교수가 윌을 돌보는 조건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받을 걸 명령했다. 정신분석가, 최면술사 등 다섯 명의 상담가를 가볍게 눌러버린 윌을 데리고 수학 교수는 대학 동창생 친구 상담가 신Sean을 찾아간다.
제랄드가 신을 찾아간 날 신은 수업 중 상담가와 내담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담-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 장면 자체가 이미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언하고 있었다. 머리만 비대한 윌의 가슴이, 마음이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신. 하지만, 그들의 첫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신이 그린 그림을 윌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신 분석 이론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는데, 이에 신은 너무나 화가 나 윌의 목을 왼손으로 움켜쥐고 벽에 처박았다. 유쾌하지 않은 첫 만남이었지만, 윌도 신이 지금까지 자신이 머리를 사용하여 마음대로 가지고 논 예전에 만난 상담사와는 다르다는 걸 분명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신의 기다림에 눈길이 갔다. 윌이 먼저 말하는 순간을 끈질기지만 차분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질 못했던 내 모습이 신의 모습에 투영되어 나에게 드러났다. 다음에는 꼭 저렇게 차분하게 기다려내리라고 결심했다. 어쨌든 신의 상담기법은 윌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장을 남겼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파장은 점점 더 큰 파장이 되어 윌의 감성지능을 자극하여 자라게 도왔다.
보스톤을 단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윌. 하지만, 윌은 그 누구보다 멀리 여행했다. 머릿속 여행. 그런 그가 영화 마지막에 사랑했던 여자 친구가 있는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뛰어난 수학 능력으로 인해 정부 기관에서 일할 수도 있었지만 여자 친구를 다시 만나기 위해 21살 생일에 친구 셋이 폐차를 조합해서 만든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저 차로 캘리포니아까지 갈 수 있을까?" 두 아들에게 물었다.
"아니요. 난 못 갈거 같아요." 지누가 대답했다.
"아니요. 난 한 반쯤 가면 차가 고장 날 거 같아요." 미누가 대답했다.
"그럼, 어쩌지?"
"그때부터는 걸어서 갈거예요."
"걸어서 캘리포니아까지?"
"네."
"그 먼길을 어떻게 걸어가려고. 미누는 걸어갈 수 있어?" 내 옆에 앉아 있던 미누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아 내 가슴에 가져다 대며 내가 다시 물었다. 저녁에 목욕을 제대로 잘했나 보다. 머리카락에서 샴푸 반 땀 반이 섞인 묘하게 역겨운 냄새가 아닌 상큼한 샴푸 냄새가 콧구멍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여전히 눈을 캘리포니아로 달리는 자동차 뒷모습에 두고 있는 미누를 바라보다 귀여워서 오른쪽 빰에 뽀뽀를, 뽀뽀는 다시 혓바닥으로 커다란 점 그리기로 발전하는 유희를 즐기는데 지누가 한순간 용수철 같이 내 몸으로부터 뛰어 나가며 말했다.
"엄마 수업이 끝났는지 확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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