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만능주의에 세뇌되어 살아가는 인간의 돈에 대한 끝없는 환상, 욕망과 집착,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광기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횟집이 망한 후 목욕탕에서 시간 수당을 받으며 일하는 종업원으로 살아가는 중년 남자 중만(배성우)은 어느 날 새벽 목욕탕을 청소하다 사물함에서 누군가 놔두고 간 5만 원짜리 현찰이 가득한 가방 하나를 발견한다.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이던 중만은 일단 그 가방을 목욕탕 보일러실 분실함에 넣어두고 사태를 살펴보기로 마음먹는다.
현찰 10억이 든 가방의 주인공은 원래 평택항 근처의 어느 술집에서 일하는 미란(신현빈)이 남편을 사고사로 위장하여 살해한 후 받은 보험금이었다. 화만 나면 자기를 폭행하는 남편을 미란은 죽이고 싶을만치 싫어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실수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남편이었다. 하지만, 본인 또한 술집에서 일하며 빚을 갚으려 노력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빚을 갚을 가망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자신을 첫눈에 보고 반한 중국계 손님을 이용하여 남편 살해를 시도했지만, 운명은 미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살해한 중국계 손님. 나이가 어린 그 아이는 그날부터 환영과 환상으로 괴로워했고, 그를 지켜보던 미란은 홧김에 그 아이를 차로 치어 살해했다. 그런후 도움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미란은 일하는 술집 사장 연희(전도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평택항 근처 술집 사장으로 일하는 연희는 빚쟁이이다. 평택항 이민국에서 일하는 남편 태영(정우성)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를 교묘하게 활용하며 어떻게 해서든 한 몫 크게 잡아 중국으로 도망갈 기회만 노리며 산다. 그때 미란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미 남자를 두 명 죽인 미란이에게 남편을 사고사로 살해하여 보험료를 안전하게 받아내는 방법을 가르쳐 줬고 10억 보험금을 탄 미란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에 연희를 찾아왔다. 연희가 건넨 기쁨과 응원이 가득 담긴 샴페인 한 잔을 받아 마신 미란. 깨어나 보니 입에는 재갈이 묶여 있었고, 몸은 밧줄로 인해 철제 침대에 누운 채 움직일 수 없게 된 자신을 발견했다. "큰돈 들어왔을 때는 아무도 믿은 안돼. 부모님도 믿지 마."라는 짤막한 말과 함께 연희가 자신을 토막 내어 살해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미란은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 현금 10억 때문에.
여자친구 연희와 자신이 진 빚을 받기 위해 찾아온 조직 폭력배에게 평택항 이민국 직원 태영은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여 삶의 시간을 조금 더 늘렸다. 어떻게 해서든 빚을 갚아야 하는 그때 회사 공금을 횡령한 후 중국으로 도망가려는 친구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를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 태영은 별명이 '붕어'인 사촌 동생(박지환)을 불러 친구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돈을 훔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친구의 돈을 노리는 사기꾼 한 명이 찾아왔을 뿐이다.
연희는 중국으로 도망가기 위해 남자친구 태영이 필요했다. 죽은 미란의 명의로 위조 여권을 만든 연희는 태영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 사기꾼이 태영이 집에 찾아왔고 상황이 예기치 않게 흘러감을 직감한 연희는 사기꾼을 그 자리에서 살해했다. 이제 태영 역시 연희와 함께 중국으로 도망가는 거 말고는 살아날 길이 없음을 확신했을 때, 태영은 연희의 뒤통수를 프라이팬으로 때린 후 연희의 자동차 열쇠를 챙겨 달아나려는 순간 자동차 트렁크 안에 고이 모셔져 있는 현금 10억이 든 가방을 발견한다. 가방을 챙긴 태영이 찾아간 곳은 24시간 동안 영업하리라 생각한 한 목욕탕이었다.
태영이 집에 나타난 조직 폭력배 두목 박사장(정만식)은 연희에게 가방을 행방을 물었고, 연희는 전화기 추적 장치로 태영의 위치를 알아냈다. 잠깐 행운을 가져다 주는 담배를 사러 나간 태영은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유유히 걸으며 목욕탕으로 돌아오던 중 박사장과 그 일당을 만났다. 열심을 다해 도망치던 그가 한 골목에서 큰 도로변으로 뛰어나가는데, 쓰레기 트럭이 그를 향해 달려왔고 그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현금 10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삶의 시간은 언제나처럼 유유하게 흘렀다.
인정 없는 목욕탕 지배인의 눈 밖에 나 일자리를 잃은 중만은 자전거를 타고 빗속을 뚫고 목욕탕에 가서 10억 현금이 든 가방을 집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며칠 후 목욕탕 지배인의 전화를 받고 나간 자리에서 연희와 박사장을 만났다. 가방의 행방에 대해 모르겠다고 잡아뗀 후 집으로 돌아온 중만이 돈 가방을 꺼내 정리할 때, 연희와 박사장이 중만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곳에서 연희는 중만의 아버지가 횟집을 운영할 때 사용했던 칼로 박사장을 죽인 후 정신을 잃은 중만과 중만의 어머니가 널브러져 있는 집에 불을 낸 후 평택항으로 향했다. 여객선 승선 시간을 기다리며 화장실에 들린 연희는 화장실을 떠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했다. 박사장의 오른팔 메기(배진웅)이 칼로 난도질하여 연희를 화장실에서 죽였기 때문에. 현금 10억을 쫓아 산전수전 공중전을 감내한 연희의 삶은 그렇게 속절없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평택항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중만의 아내 영선(진경)은 항상 그러했듯이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다 연희 옷에서 떨어진 사무실 열쇠를 발견한다. 사물함 속에 든게 무엇인지를 확인한 영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가방을 들고 평택항 여객터미널을 떠난다. 그렇게 영화는 끝났다. 앞으로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영화는 답하지 않았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멈추는 정거장은 거의 대부분 피로 얼룩진 곳이었다. 운명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권선징악이 (勸善懲惡). 자본이 중심에 놓인 세상에서 선하게 살다보면 행운(幸運)이 하늘에서 떨어질 수도 있을까? 그럴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2020)》은 묘한 기대감을 안겨준다.
"차카게살자!" 딱 한 번 참여했던 하프 마라톤 출반선 옆자리에 서있는 한 청년은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담배를 한 개비 꺼내 피고 있었다. 왼쪽 팔뚝에 직접 써놓은 검은색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차카게살자!" 출발 후 30분 가량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다, 내가 그를 앞질렀고, 그후 그 사람을 다시 보지 못했다. 그는 지금 "차카게 잘 살고 있을까?"
불 붙은 집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우는 중만을 향해 치매를 앓는 어머니(윤여정)가 말했다. "다 큰 사내가 우는 거 아니야. 얘, 6.25사변 때는 온 나라가 이꼴이었어.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게 되는 법이야. 두 팔 두 다리만 멀쩡하면 얼마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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