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6년째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는 부부가 있었다. 중학교 수학 교사였던 남편 명국(박해준)은 교직 생활을 멈추고 자동차에서 잠을 자며 아들 윤서를 찾아 헤맨다. 간호사로 일하는 아내 정연(이영애)은 어떻게든 일상이란 말을 다스리는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 애쓰지만 아들 윤서 생각에 끼니조차 제대로 때우지 못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명국에게 한 통의 문자가 배달된다. 아들 윤서를 어디선가 보았다는 제보 문자였다. 들뜬 마음에 아빠 명국은 한달음에 제보 문자가 가르쳐준 장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그 문자는 초등학생 아이 둘이 장난질로 보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리고 어느 시골 지방 도로에서 자동차 사고로 아내 정연과 사라진 아들 윤서 곁을 떠났다.
아들을 다시 찾는 날만 생각하며 살아온 엄마 정연은 하루 아침에 남편 명국마저 잃어버린다.
그녀의 마음을 갈갈이 찢는 삶의 무정함과 매정함에 혀끝을 차려던 찰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인이 된 남편 명국의 동생과 그의 아내는 장례식을 끝낸 후 정연을 위로하기 위해 함께 저녁을 먹던 중 정연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깐 자리를 뜨자마자 어떻게 하면 명국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정연에게 생긴 돈을 빌릴 수 있을까를 상의했기 때문이다. 그때 정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의 재촉에 못 이긴 척 전화를 집어 든 명국의 동생은 전화를 건 이가 알려주는 정보를 세심하게 귀 기울여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정연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아들 윤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줄테니 정보료를 지불하라고 정체불명의 한 남자가 말했다. 정연은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고인이 된 남편 명국에게 나온 보험료를 모두 출금해서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갔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정연에게 조그만 쪽지 한 장을 건넸고 정연은 남편 목숨 값으로 나온 보험료로 정보료를 지불했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다시 한 남자를 만나서 방금 받은 정보료를 건넸다. 받아 든 돈을 확인하는 이는 명국의 동생이었다.
윤서는 외딴 섬에 위치한 한 낚시장에서 노예로 일하고 있었다. 윤서가 어떻게 해서 그곳에서 생활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윤서의 엄마만이 궁금할 뿐이다. 낚시장 일꾼은 모두 전과 기록을 가진 범죄자였고, 사장은 섬 관할 경찰서장과 오랫동안 동지애를 키우며 함께 벌어 나눠 먹고사는 사이였다. 신체 및 언어폭력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었고, 윤서를 관리하는 약간 지체장애를 가진 청년은 윤서에게 성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곳에서 지난 5년간 생활하면서 윤서는 말하는 걸 잊어버렸다. 심하게 귀를 맞아 청력 또한 감퇴되어 다른 이가 하는 말을 잘 알아 듣지도 못하는 거처럼 보였다. 그런 윤서에게 유일한 친구는 자기보다 몇 살 어린 또 다른 아동 노예 아이였다.
낚시터로 찾아간 정연은 그곳에서 일하며 사는 이들과의 첫만남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며 사는 사람들은 냉정했고, 치밀했고, 은밀했다. 정연을 위로했고, 윤서를 하루빨리 찾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정연의 아들 윤서가 자기들이 노예로 부려먹고사는 윤서가 아니기를 확신했다.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한 정연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서장은 이 또한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가볍게 없는 일로 만들었다. 엄마가 자기를 찾아 낚시터까지 찾아왔다는 소식을 동생 아이에게 들은 윤서는 어느 날 밤 탈출을 시도했다. 그날 밤 그렇게도 기다렸던 엄마를 만난다. 6년 만에 만난 엄마를 "엄마!"라고 부른 순간 방파제로 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돈과 권력, 욕망이 지배하는 사회와 조직에 맞선 한 엄마의 아들 찾기. 타락과 부패로 썩어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코를 막아야 하는 세상 속에서 아들을 찾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지한채 정연은 결국 아들 윤서를 찾았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파도가, 자연이, 하늘이 허락하질 않았다. 엄마가 아들을 다시 만난 곳은 썰물로 파도가 물러나 반나절 모습을 드러낸 갯벌에서였다. 죽으려고 마음먹고 힘없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갯벌에서 죽어버린 아들 윤서를 찾았다.
영화는 정연이 어느 외딴 곳에 마련된 고아원에서 한 남자아이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서있는 장면에서 끝난다. '처음에 정연이 찾은 윤서는 진짜 윤서가 아니라 낚시터에서 노예로 생활했던 민서였나?'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하루가 지난 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연은 윤서를 계속해서 끝없이 변함없이 찾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그녀가 살아갈 수 있었고, 낚시터에서 윤서와 함께 일했던 이제는 입양하여 양자로 삼은 아이를 돌보며 살 수 있었다.
<트루먼쇼Trueman Show (1998)>를 봤을 때의 막막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격한 막막함이었다. 트루먼 쇼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확신을 강조하며 끝났다. <나를 찾아줘(2019)>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그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었다. 몸까지 차오른 한스러움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삶의 답답함만이 갯벌을 걸어가는 정연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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