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고생해서 장만한 조그만 고깃배 한 대를 통해 하루를 살아가는 남철우(류승범)는 북한에서 태어나 자라나 한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과 다름없이 이른 아침 그 전날 쳐 놓은 그물을 걷기 위해 바다로 나간 날 배에 달린 모터 엔진이 고장 나는 바람에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그어 놓은 북한과 남한 군사경계선을 지나 남한 땅에 도착한다.
간첩 수사대로 끌려간 그는 숨길 게 없기에 있는 그대로 어쩌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한 후 북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담당 수사관은 그가 작성한 진술서에 적힌 내용 하나하나가 의심스럽다며 진술서를 계속해서 다시 쓰라고 요구한다. 첫 번째 진술서를 쓸 때 기억나지 않았던 자신의 군 시절 복무 부대 이름을 두 번째 진술서에 써넣었더니 이번에는 첫 번째 진술서와 두 번째 진술서가 일치하지 않기에 분명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게 확실하다며 간첩일 가능성을 과장한다. 남철우에게 필요한 건 오직 하나.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서 자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처와 딸을 보살피는 일이다. 그렇지만 수사 기관과 남한의 복지 기관은 남철우에게 계속해서 귀순을 권유한다. 강하게 거절하면 할수록 남한 수사 기관과 복지 기관 담당자들은 남철우의 태도와 행동을 점점 더 미심쩍게 바라본다. 며칠 후 수사 기관에 끌려온 또 다른 잠정적 간첩으로 간주되는 자를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그로부터 한 편의 시를 서울 시내 "소문난 국밥집"에서 일하는 진달래라고 불리는 자기 딸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남철우의 강경한 귀순 거부 태도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간첩 수사대는 남철우를 서울 시내 한복판에 던져 놓고 남한의 멋드러진 세상을 직접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눈치챈 남철우는 홧김에 자기를 미행 중인 수사대로부터 도망갔고, 서울 시내를 배회하다 청년 두 명에게 매질을 당하고 있던 젊은 술집 여자를 구해준다. 잠시 후 그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소문만 국밥집"을 찾아 들어가고, 진달래로 불리는 종업원 여자에게 부탁받은 시를 기억을 더듬어 알려준다.
어쨌거나 남철우는 남한에서 교체해준 새 모터가 달린 자기의 조그만 고깃배를 타고 북한을 돌아간다. 인민신문사 직원이 북한으로 돌아온 남철우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어린이 군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녀는 남철우의 목에 꽃목걸이도 하나 걸어준다. 거기까지였다. 인민에게 보여줄 사진 촬영이 끝나자 북한 공한 당국에서 나온 이는 남철우는 북한 간첩 조사대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남철우가 남한에서 경험한 끝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또다시 참아내야 했다. 오직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딸을 봐야겠다는 각오로 진술서를 계속해서 쓰던 남철우는 갑자기 뱃속이 아파오는 걸 느꼈다. 남한에서 자기를 경호해주던 한 젊은이가 복지 기관에서 남철우에게 배달된 무료 선물 중 값어치가 있는 전자제품을 암시장에 나가 팔아서 달러로 바꿔서 건네주었고, 남철우는 그걸 항문 속에 밀어 넣은 후 북한으로 돌아왔다. 간첩 수사대 책임자는 영리했다. 남철우에게 닭백숙을 한 그릇 시켜 다 먹게 만들었고 얼마 후 남철우는 원치 않았지만 화장실을 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똥에 섞여 몸 밖으로 나온 달러를 주으려고 변기통을 뒤지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책임자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얼굴에 띄며 남철우를 다시 수사실로 끌고 갔다. 그리고 말했다. 풀어 줄 테니 이 달러는 없었던 일로 하자고.
집으로 돌아온 남철우는 정신줄이 풀렸다. 남편을 위로하기 위해 옷을 벗은 아내가 자신을 앉았지만 남철우의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다음 날 남철우는 다시 일상을 살기 위해 자신의 조그만 고깃배로 다가갔다. 하지만, 초소 경비대는 남철우가 더는 고깃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고깃배로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지 않으면 먹거리를 구할 수 없는 남철우는 죽기 살기로 바다에 나갔다. 그리고, 해안 경비대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자신의 고깃배에서 죽었다.
자본주의에 세뇌된 남한은 북한을 인민주의에 세뇌되었다고 비난한다. 인민주의에 세뇌된 북한은 남한을 자본주의에 세뇌되었다고 비난한다. 삶은 자본주의도 인민주의도 괘념치 않는다. 일상은 살아내야 할 문제이고, 삶은 또 하루를 무사히 버텨냄에만 집중할 뿐이다. 문제는 세상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강요된 이념을 넘어서려는 이를,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법이 잘 없다.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또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서, 억척스레 버티며 나아가는 남철우는. 그 순간 죽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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