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마친 후 지누와 미누와 2시간가량 축구 연습했다. 나날이 조금씩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 두 녀석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공중에 떠있는 축구공을 정확하게 차는 방법을 배우는데 집중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식탁에는 우리 세 사람을 위해 처가 준비해둔 볶음밥과 점심에 먹고 남은 닭날개 튀김이 놓여 있었다. 처는 수업을 위해 지누와 미누 방에 들어가 있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미누랑 무슨 영화를 볼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누는 유튜브에서 광고 영상을 처음으로 보여준 영화를 선택했다. 2012년에 나온 <용감한 행동Act of Valor>라는 영화였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을만한 줄거리보다는 미해군 특수부대 실SEAL: Sea-Air-Land Team의 활약상을 일반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미국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영화라고나 할까? 세계 곳곳에 흩어져 활동하는 반미 테러 단체를 소탕하는 특수부대 실의 놀라운 작전 수행 능력을 기록 영화 비슷하게 구성했다.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은 항상 유언장을 써두고 원할 때마다 윌Will, 한국말로는 유언장을 다시 써서 바꾸거든." 작전 수행 중 죽은 한 부대원의 아내가 갓 태어난 아이를 옆에 두고 죽은 남편이 남기고 간 유언장을 읽으며 우는 장면을 보고 내가 말했다.
"Will이 뭐예요?" 미누가 물었다.
"사람이 죽고 나면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을 기록해 두는 편지지." 처가 대답했다.
"아빠, 난 좀 실Seal이 되고 싶었는데, 이젠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지누가 말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위험해. 영화에서 나온거처럼 선택할게 두 가지밖에 없잖아. 죽느냐 아니면 사느냐. 그건 아닌 거 같아."
영화는 박진감 넘치며 빠르게 진행했다. 작전 수행 중 죽은 한 부대원의 장례식이 끝난 후 종종 그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 갔던 다른 부대원이 백사장을 걷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를 9/11 사태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에게 바칩니다." 영화 제작비 상당 부분이 공화당과 관련있는 사람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희생, 전우애, 자부심, 애국애. 이 네 가지 단어를 강조하기 위한 영화가 아닐까? 그러다보니 미군은 아름답고, 의롭고, 선한 사람으로, 미군을 싫어하는 사람은 모두 범죄자, 양아치, 건달로 그릴 수 밖에 없었다.
장례식 장면에서 해군 정복을 입은 부대원을 보면서 생각했다. '우리 나라 해군 정복을 미 해군 정복 대신 한국만의 독특한 정복으로 바꾸어 입을 수는 없을까? 각이 없는 얼굴, 커다란 머리, 긴 허리, 짧은 다리의 한국인이 각으로 가득한 얼굴, 조그만 머리, 짧은 허리, 긴 다리를 가진 서양인이 입는 옷을 굳이 똑같이 따라 입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2년 6개월 해군복을 입었던 경험자가 미국과 한국 경계선에 서서 해본 생각 한 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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