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4:61~67
이삭은 리브가를 천막으로 맞아들여 아내로 삼았다. 이삭은 아내를 사랑하며 어머니 잃은 슬픔을 달랬다.
1
지금 이 순간까지 제 삶에서 전 자기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정의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 중에서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누구인지를 한 사람 꼽으라면 전 주저하지 않고 제 어머니를 선택할 겁니다. 한 가지 명백한 이유는 지금까지 전 제 어머니 같은 그리스도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 제가 어렸을 때, 매일 밤, 그러니까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제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닌 교회에 갔던 걸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매일 밤 어머니는 교회에서 기도하며 제단을 지켰습니다. 네, 이런 종교 행위는 미국 문화와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미국에 와서 미국 문화와 관습을, 특별히 인간 삶에 대한 미국 심리학과 사회학의 이해를 배운 후 깨달았습니다. 제 어머니는 저와 누나 둘을 매일 밤 집에 버려두고 떠나면서 학대하셨습니다. 매일 밤 저와 누나는 어머니 없이 잠을 자야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미국 심리학은 정신적 외상을 남기고도 남는 충격적인 일로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제 누나 둘의 정신 건강 상태는 나쁘지 않습니다. 참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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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어린 시절에 관한 한 조각의 기억을 가지고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제 어머니는 유별난 그리스도인이었다는 점입니다. 사춘기 소년이 되자, 솔직하게 말해, 전 어머니의 과도한 종교적 헌신이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오시면 엄마는 누나랑 제게 쉽게 화를 내셨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양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밤 우리는 잠을 잡니다. 하지만, 제 어머니는 매일 밤 잠을 자지 않으셨습니다. 매일 밤 교회에 가셨습니다. 뒤돌아보면 제 어머니는 그런 신앙생활이 하나님으로부터 물질적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배우셨기 때문에 그러셨다는 알게 됩니다. 하나님을 위해 더 많은 걸 희생하면, 하나님은 더 많은 것으로 보답하신다는 논리였죠. 어머니는 교회 예배 및 다양한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셨습니다. 하나님께 인정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셨습니다. 제 고향 교회 담임 목사님이 어머니께 무언가를 해달라고 부탁하면 어머니는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실제로 어머니는 목사님을 하나님의 대리인으로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가정일보다는 교회일이 항상 우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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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기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건 하나님을 향한 어머니의 무절제한 헌신을 제가 싫어했지만 전 목사가 되기 원했고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다가 제가 목사가 되었는지를 어머니와 함께 이야기하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들아, 그건 다 하나님의 섭리 때문이란다.” 그거 아십니까? 어머니가 하나님의 섭리라는 말을 하면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미국에 가겠다고 말했더니 어머니는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들아, 그건 다 하나님의 섭리란다.” 그러면 제가 한 갈등과 망설임은 사라집니다. 한국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가 되었을 때,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그건 다 하나님의 섭리란다.” 몇 년 전 어머니는 한 마디를 더 덧붙이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들아, 하나님의 섭리 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 하나님의 섭리 때문에 그건 일어난 일이란다.” 예상하시다시피, 전 어머니가 말하는 하나님의 섭리란 말이 싫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전 스스로가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여겨집니다. 제가 한 노력, 흘린 땀, 마음 속 고뇌는 공중분해 됩니다. 진짜로 무언가를 한 이는 제가 아니라 하나님입니다. 참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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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서히, 조용히, 점차, 전 어머니가 하나님의 섭리라는 말로 무엇을 말하고 싶으셨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로 어머니가 하고 싶은 말은 기적이었습니다. 사전을 꺼내 기적이란 단어를 찾으면 그 뜻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아주 기이한 일’ 혹은 ‘신의 힘으로 행해졌다고 믿는 일.’ 하나님의 섭리라는 말로 어머니가 하고 싶으셨던 말씀은 정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라는 말을 통해 어머니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게 항상 있다는 사실과 그렇기에 우리를 위해 하나님이 하셔야 할 일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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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계속해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더욱 나은 삶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그렇게 계속 노력만 하는 게 아닐까요? 아이들이 좋은 시민으로, 지적이고, 부유하고, 가슴이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해 기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아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찍어낼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가족 모두가 언제나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먹거리와 수면 시간, 운동 시간에 무척 예민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런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료하기 힘든 병이 아내에게,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우리 자신에게 찾아옵니다. 하나님의 섭리라는 말을 통해 어머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지만 동시에 도저히 할 수 없는 게 있기에 그럴 때면 겸손하고 온화하게 우리에게 주어진 걸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오래전에 예수님도 똑같은 걸 우리에게 가르치셨습니다.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먹여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느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일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 (마태복음 6:26-27, 34)
6
이삭과 리브가의 결혼식에 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하나님의 섭리 때문에 그 결혼은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면 모든 퍼즐 조각을 하나님께서 홀로 맞추신 거 같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마음과 하인의 생각과 결정, 기타 등등을 주관하고 이끄셨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주의 깊게 읽으면 보통 우리가 잊고 지나가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삭과 리브가의 결혼을 성사시키는데 최소한 네 명이 아주 열심히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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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들을 위해 여자를 한 명 찾으려는 아브라함의 결심에 주목해야 합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이 사는 지방 여인이 아닌 고향 땅 여자를 며느리로 삼길 원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이 기적 같은 결혼 이야기는 성경책에 담기지도 않았겠죠. 아들에게 적합한 여자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위해 아브라함은 한 가지 미덕을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용기입니다. 자기가 그랬던 거처럼 용감하게 고향을 떠날 수 있다면 그 여자는 이삭에게 딱 맞는 신붓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로, 이름도 기록되지 않은 아브라함의 하인이 어떻게 리브가를 찾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아브라함이 용기 있는 여인을 찾고 싶었다면, 아브라함의 하인은 이삭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미덕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낯선 이를 환대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리브가는 낯선 이를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하인뿐만 아니라 그가 이끌고 온 낙타에게도 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세 번째로, 예상 밖의 결혼 요청에 대해 반응하는 리브가를 차분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아브라함의 하인으로부터 어디에서 왔고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들은 리브가는 결혼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리브가는 용기 있는 여인이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하고 넉넉한 여인이었습니다. 게다가 속도 깊은 여인이었습니다. 이제 이 기적에 기여한 마지막 사람이 남아있습니다. 이삭입니다. 자신의 하인과 리브가가 아브라함에게로 돌아올 때, 이삭은 네게브란 지역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아마도 언제나처럼, 이삭은 들판으로 나가 생각에 잠겼습니다. 산책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낙타 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재밌게도, 그 순간 리브가도 먼 거리에서 이삭을 보았습니다. 아브라함의 하인이 그 남자가 누구인지를 설명하자 리브가는 타고 있던 낙타에서 내려 면사포를 꺼내 얼굴을 가렸습니다. 하인이 이삭에게 다가와 그간 일어난 일을 모두 설명하자 이삭은 차분하게 리브가를 돌아가신 어머니 사라가 머문 천막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이삭은 하나님께 손종했고 하나님이 주신 걸 받아들였습니다. 그렇죠. 이삭의 순종이 이 기적 같은 결혼식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창세기 24장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사악은 리브가를 천막으로 맞아들여 아내로 삼았다. 이사악은 아내를 사랑하며 어머니 잃은 슬픔을 달랬다. (창세기 24:67)”
8
이 기적 같은 결혼을 위해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활을 잘 수행하자 평온이 그들을 감쌌습니다. 하나님의 섭리, 그러니까 하나님과 우리의 협력이 실현되면, 우리는 평안해집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고 우리가 우리의 일을 할 때, 평온함이 우리를 보호합니다. 이번 주에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말하듯이, 우리가 모두 하나님의 섭리를 풍족하게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우리가 모두 이삭처럼 하나님의 섭리로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우리가 모두 하나님의 섭리로 말미암아 지난주부터 더 좋은 삶을 맛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새기는 기도
자비로운 하나님, 오늘 우리는 당신께서 어떻게 아브라함, 그의 이름 없는 하인, 리브가, 이삭과 협력하여 기적 같은 결혼을 이루어내셨는지를 묵상했습니다. 이제 당신의 섭리는 항상 우리의 땀과 분별이 깃든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걸 압니다. 당신 안에서 살아가는 동안 이 중요한 삶의 요소를 잊지 않겠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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