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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무엇인가요?

그루터기에 앉아서

by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17. 9. 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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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아래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창세기 22:9~19

(12)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 말아라. 머리털 하나라도 상하게 하지 말아라. 나는 네가 얼마나 나를 공경하는지 알았다. 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마저도 서슴지 않고 나에게 바쳤다." (13) 아브라함이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뿔이 덤불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숫양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아브라함은 곧 가서 그 숫양을 잡아 아들 대신 번제물로 드렸다.

 

 

1

한 가지 간단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취미가 있나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대답을 듣고 싶어서 드린 질문입니다.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에 따라 서로 조금 더 알 수 있거든요. 제 취미는 마지막에 말하겠습니다. 어느 용감한 분이 먼저 대답하실까요?

 

2

전 몇 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뭘 먼저 말해야 할까요? 수영이 제 첫 번째 취미라고 말하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말하려면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99년에 전 대한민국해군에 입대했습니다. 해군이 되기 위해 전 7주간 군사훈련을 완수해야 했습니다. 육 주인가 칠 주에 전 비상사태에서 수영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전투함에서 생활하는 해군에게 비상사태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적 함정이 순항 미사일을 발사해서 제가 탄 배가 큰 충격을 입었습니다. 이제 이 심각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가 해야 할 건 단 한 가지밖에 없는데요. 비상이함이라 부르는 바다로 뛰어들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받은 수영 훈련에서 전 수영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비상 상황에서 어떻게 침착하게 물속으로 탈출하는지를 배우도록 기획되어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수영 훈련은 지난 오 주간 저를 훈련했던 일반 교관이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 주간 내내 저와 입대 동기들은 힘든 훈련과 극히 강한 전력으로 악명 높은 해군특수여전단에 가서 위탁 교육을 받았습니다. 

 

3

해군특수여전단 교관들의 수영 교육법은 끔찍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본다면, 수업 훈련 시간이 시작하자 전 교관의 구령에 맞추어 다양한 체조로 몸을 풀었습니다. 그 후 진짜 수영 훈련이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물속에서 손 젖기와 발차기에 대한 교육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온갖 욕설로 저희를 협박하며 물속으로 뛰어들어가라고 외쳤습니다. 수영할 줄 아는 훈련병은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수영을 하지 못하는 저와 다른 훈련병은 겁에 질려 물밖에 서 있었습니다. 몇 번 더 협박하더니 교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희를 물속으로 발로 차며 밀었습니다. 지금까지 전 그 수영장의 물 깊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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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할 줄 모르는데 누군가가 여러분을 발로 차서 물속에 떨어뜨렸다고 상상해 보시죠. 본능적으로 여러분이 할 첫 번째 행동은 무엇일까요? 전 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몸을 붙잡았습니다. 그 사람 또한 제 몸을 붙잡았습니다. 우린 서로를 물속으로 밀어 넣으며 물에 떠 있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오 초가 되지 않아 열 명이 넘는 훈련병이 서로 머리와 목, 어깨, 손 허리를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그 속에 있다가는 죽을 거 같아서 허우적거리며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오 일간 계속된 전투 수영은 저에게 어느 정도의 정신적 외상을 남길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전투 수영을 무사히 마쳤을 때, 전 다짐했습니다. 제대하면 반드시 수영을 완벽하게 배우겠다고. 그리고 그렇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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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감리교신학대학교로 돌아갔을 때, 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마다 진행되는 수영 강습에 등록했습니다. 강습은 오전 6시에 시작했습니다. 강습을 편안하게 잘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5시 30분 전에는 수영장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면, 그러니까 아침 요가 수업이나 하루 30분씩 달리기를 한다거나, 그렇게 새로운 걸 시작하려면 최소한 40일 동안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무언가 새로운 걸 우리 몸이 새롭지 않게 받아들이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40일입니다. 매일 30분씩 달리기를 한다면, 40일이 지나야 비로소 우리 몸이 하루 30분 달리기를 일상의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이제 습관을 바꾸기가 왜 그렇게도 어려운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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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배울 때, 전 서울에 있는 한 큰 교회가 직접 지은 기숙사에 살았습니다. 기숙사에는 사감 목사님이 계셨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목사님은 학생들을 위해 새벽기도회를 인도하셨습니다. 어느 날 목사님과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대화 도중 목사님은 조심스럽게 새벽기도회에 나오길 권유하셨습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목사님, 전 조금 다르게 기도합니다.” “어떻게? 혼자서?” “아니요. 혼자서는 아니고요. 한 10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요.” “뭘 하는데?” 제가 대답했습니다. “아, 네. 저희는 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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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지금까지 전 일주일에 2번씩 수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누군가가 수영에 중독된 거 아니냐고 물어요. 그럼 제가 대답합니다. “한때는 그랬는데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전 그냥 수영을 사랑해요.” 그럼, 돌아오는 질문은 왜요?”입니다. 그럼 다시 대답합니다. “왜냐하면, 수영을 통해 아주 소중한 삶의 한 부분을 배울 수 있거든요.” 세상에 태어난 후 전 항상 기독교인과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기독교인이셨고, 누나들도 기독교인이죠. 친구들은 거의 다 목사나 전도사입니다. 2002년 수영 단체 강습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과 만나 무언가를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만남이 절 커다란 깨달음으로 이끌었습니다. 매일 아침 전 15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함께 수영했습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과요. 그분들은 한결같이 부지런하게 자신의 삶을 조율했습니다. 그분들은 수영 시작 시각을 너무 잘 지켰습니다. 수영 실력을 개발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끈기있게 수영장 물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그분들 또한 어떤 날에는 아침 잠이 더 필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수영장에 나왔고 한결같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수영은 지겨운 시간을 잊기 위한 심심풀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수영은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단이었습니다. 가장해서 말하면 매일매일 수영하기 위해 그분들은 하루의 삶을 통제했습니다. 이제 다시 여러분께 똑같은 질문을 하겠습니다.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취미가 있나요? 그런 취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제 희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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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의 삶을 생각하면, 전 하나님의 향한 그의 신앙 여정이 그의 취미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 75살이었던 아브라함은 새로운 취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걷기였죠. 지난 주일에 우리는 아브라함에 찾아온 위기를 묵상했습니다. 더 부유해지고 더 유명해지고 아내 사라에게서 태어난 아들 이삭을 가지게 되자, 아브라함은 그가 누구였는지를 잊어버렸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이삭에게 물려주기 위해 사라의 몸종 하갈과 하갈이 낳아준 아들 이스마엘을 광야로 보내 죽이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찾아오셨습니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네, 아브라함은 순종했습니다. 아들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새로운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번에는 아들과 단둘이 걸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지명한 장소에 도착하자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이삭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야훼의 천사가 하늘에서 큰소리로 불렀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어서 말씀하십시오." 아브라함이 대답하자 야훼의 천사가 이렇게 말하였다.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 말아라. 머리털 하나라도 상하게 하지 말아라. 나는 네가 얼마나 나를 공경하는지 알았다. 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마저도 서슴지 않고 나에게 바쳤다." (창세기 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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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을 때, 우리는 항상 아브라함의 놀라운 믿음에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과 함께 산을 걸어서 올라가는 아브라함의 마음속 갈등에 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전 아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면서 아브라함이 자신이 살아온 삶의 과정을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되짚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여행을 떠나며, 아들과 함께였죠, 아브라함은 그가 이룬 모든 것이 실은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들을 바치려고 했던 제단을 야훼 이레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야훼 이레, 하나님께서 마련해 주신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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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오늘 종교는 취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심심풀이 시간만 축내는 취미가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엄청나게 중요한 훈련으로서 말이죠. 종교가 우리에게 안겨줄 수 있는 놀라운 이로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우리 삶의 일부분을 희생해야 합니다. 오늘 함께 나눈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하는 바가 바로 이 신비입니다. 아브라함이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그는 고백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다. 이 신비를 경험하고 싶으시죠? 그렇다면, 신앙이란 물속에 뛰어들어 수영하세요. 규칙적으로 꾸준하게 한 번 수영해 보세요.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새기는 기도

하나님, 지난 한 주간 우리를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우리는 당신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신께 나왔습니다. 하루하루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당신께 나왔습니다. 이 새로운 한 주에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당신께 나왔습니다. 아브라함이 당신과 함께한 여행처럼, 당신을 향한 우리의 믿음이 우리 삶의 중요한 토대가 되기를 원합니다. 욕망에 사로잡혔을 때, 포기하면 당신께서 베푸신다는 말씀을 기억하게 도와주세요.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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