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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The Sessions (2012)

영화 속에 담긴 현실

by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22. 3. 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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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ssions (2012)

 

치료 – 사랑, 몸으로? 마음으로?

 

마크 오브라이언. 보스턴에서 사는 시인이자 저널리스트다. 여섯 살 때 소아마비로 전신이 마비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폐 기능이 정상치에 못 미쳐 낮에는 산소 탱크에 붙어서 살고, 밤에는 그보다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기에 산소가 가득 든 철상자 안에서 잠을 잔다. 침대에 누워 볼펜을 입에 문 고개를 옆으로 돌려 탁자 위에 놓인 타자기의 자판을 하나하나 눌려 시를 쓰고 잡지에 기고할 글을 쓴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삶을 산 게 32년, 어느덧 38세가 되었다.

 

어느 날 잡지사에서 <장애인과 성생활>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전화가 왔다. 한 여성 장애인을 만나 성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경험은 자신의 성생활에 대한 생각의 씨앗을 마음속에 뿌렸다. 집 근처 성당 신부님을 찾아가 첫 경험을 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순결’을 삶의 기준으로 삼은 신부님은 힘겹게 허락하며 격려해줬다. 그렇게 해서 한 성생활 도우미를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셔렐 코헨 그린이다.

 

첫 만남에서 셔렐은 여섯 번만 만날 수 있음을 선포했다. 첫 번째 만남. 마크는 셔렐이 자신의 옷을 벗기는 순간 사정했다. 두 번째 만남. 마크는 셔렐의 애무를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세 번째 만남. 삽입에 성공했지만 몇 초를 넘기지 못하고 사정했다. 네 번째 만남. 마크는 셔렐과 함께 황홀경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들은 헤어졌다.

 

마크는 몇 년 후 생을 마감했다. 장례식장에는 그가 사랑한 세 여인이 모두 참석했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고 눈물을 보이며 떠났던 여대학생 생활 도우미. 자신에게 온몸으로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준 셰렐. 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그녀에게 마크는 남자로서 다가갔다. 남자 친구가 있는지를 물었고 혼자란 걸 알자 자기도 그렇다며 함께 만나 교제를 나누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후 살짝 귓속말로 말했다. “그리고 난 여자를 알고 있어요.”

 

셰럴을 만난 후 설레는 마음을 추스리며 마크는 시를 쓴다.

 

no-one in particular

Let me touch you with my words
For my hands lie limp as empty gloves
Let my words stroke your hair
Slide down your back and tickle your belly
Ignore my wishes and stubbornly refuse to carry out my quietest desires
Let my words enter your mind bearing torches
admit them willingly into your being
so they may caress you gently
within

 

난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제가 하는 말이 당신을 만지게 해주세요
왜냐하면 제 손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고무장갑처럼 축 늘어져 있거든요
제가 하는 말이 당신의 머릿카락을 어루만지게 해주세요
부드럽게 아래로 미끄러져 배를 간지를거예요
제 바람은 무시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제 욕망은 단호하게 그래도 놔두세요
제가 하는 말이 당신 마음속에 횃불을 들고 들어가게 해주세요
제가 하는 말이 당신 속에 있다는 걸 한껏 인정해주세요
그러면 당신을 부드럽게 애무할 수 있을테니까요
당신 속에서 

 

렐과 마크의 만남은 평화롭고 부드럽다. 성교를 목적으로 한 만남이지만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란다. 긴장감에 휩싸인 마크. 위로가 아닌 가르침으로, 가르침이 아닌 함께 함으로, 함께 함이 아닌 하나 됨으로 셔렐은 마크에게 남자가 여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깨우친다. 사랑. 몸과 마음. 둘 중 어느 것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마크는 38세에 깨달았다. 이 중요한 사실을 38세 전에 깨달은 남자는 몇 명이나 될까? 마크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이세상 그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았다. ‘성’을 장난감 혹은 욕망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며 더 많이 더 빨리에만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크고 남긴 커다란 산소 탱크는 말한다. 더 느리게. 더 천천히. 더 느긋하게. 더 호흡을 가다듬고. 사랑을 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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