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생일이 특별한 날이라 생각하며 자라질 않았다. 결혼 후 처가 자기 생일을 시작으로 아이들 생일과 내 생일을 어떻게 해서든 좋은 날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생일을 특별한 날로 생각하며 자라는 건 경험해야 하고 배워야 할 수 있는 거란 걸 깨달았다. 날 닮은 지누는 애써 자기 생일의 특별함에 태연한 척했지만, 속내는 엄마에게 교육받은 대로 반응했다. 엄마를 쏙 빼닮은 미누는 자기 생일이 다가오기 2달 전부터 틈만 나면 생일까지 며칠을 더 자야 하는지를 세고 또 센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지금까지 일상이라 불렀던 삶이 마비되었기에 아이들 생일 축하 또한 친구를 불러서 조촐하게나마 생일 잔치 대신 집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난 그게 좋았다. 생일의 특별함은 알겠는데, 생일만큼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알겠는데, 아이 생일에 친구를 초대하고, 초대로 집에 온 아이를 위해 다양한 놀거리와 먹거리를 준비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주객전도 현상이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걸 알아챘다. 다른 아이 집 크기와 우리 집 크기를 내심 비교하게 되고, 다른 아이 집 잔치에서 나온 음식과 우리 집 잔치를 위해 준비한 음식 또한 비교하는 날 발견했다. 그럴 필요 없다 없다 마음으로 타이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삶의 정황을 무시할 수 없었다. 미국을 자기 나라라고 믿고 사는 미국 시민과 12년 전 '무한한'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너 국제 학생으로 살아가는 나는 미국 땅에서 서있는 사회적 자리는 달랐고, 지금도 다르고, 앞으로도 다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누가 좋아하는 맥쿨 MCcools 얼음과자 전문 가게에서 미친 바닐라 Crazy Vanilla 생일 케이크를, 불타는 피자 Firehouse 가게에서는 피자 2판이랑 오징이 튀김 한 접시를 샀다. 처와 난 미누를 위해 스페인 축구단 바르셀로나 축구공을 하나씩, 지누는 25달러짜리 플레이스테이션4 Playstaion 4 상품권을 미누 선물로 샀다. 미누는 '그저' 즐거웠다. 서로 얼싸안아 원을 만들어 제자리를 콩콩 뛰며 미누 생일 축하를 외친 후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고, 미누에게 다시 한번 생일을 축하한다며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그리고, 지누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건넸다.
아빠: 미누의 아홉 번째 생일을 온맘다해 축하합니다. 아빠랑 엄마, 지누 형아에게 막내아들, 하나뿐인 동생으로 찾아와서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감상하고 맛보며 살아줘서 '참'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아름다운 조그만 성'처럼 지혜롭고 용감하고 재치 있게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전하는 사람으로 자라나 주세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아빠가.
엄마: 9번째 생일을 축하해. 늘 밝고 건강하게 자라서 늘 감사한 마음이야. 지금처럼 엉뚱하고 재미있는 생각 많이 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자. 엄마는 우리 미누 덕분에 참 많이 웃고 너무 행복해. 사랑해.
지누: Dear Minu, Happy Birthday! I've known you ever since you were as small as a watermelon. I can't believe you've grown this much! It's also astonishing to see you get better at soccer (even though I am better). Anyhow, I hope you grow up healthy and smart. Sincerely, Jinu L.
엄마, 아빠, 지누 형아의 바람대로 미누가 아름답게, 지혜롭게, 씩씩하게, 항상 미소를 머금고 함께 사는 다른 이들에게 웃음과 즐거움과 힘을 건네는 사람으로 자라나 삶을 "질리도록" 맛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녀석의 웃음에는 청명한 하늘에 홀로 떠있는 구름 한 조각처럼 눈에 띄고 관심을 끄는 멋스러움이 배어있다. 녀석이 어떤 남자가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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