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미국 시민은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외출을 제외하면 집에 머물고 있다. 드류 대학교 총장도 기숙사를 떠날 수 없는 학생을 제외하고 미국에 집이 있는 모든 학생을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이틀 사이에 교정에 오가는 학생 수가 확연하게 줄었다. 이 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일까? 뉴욕 타임스에 올라오는 거의 모든 기사는 상황은 지금보다 더욱더 악화될 거라는 예견 일색이다. 이와 더불어 강경함과 단호함, 독불장군의 대명사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수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세금 보고자 혹은 미국 시민에게 특별 위로금으로 1,000 달러씩 지급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두고도 말이 많다. 미국에서 태어난 두 아들 밥상에 살며시 처와 내 숟가락을 얹어 산지도 어느덧 11년이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인이기도 한 지누와 미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요즘을 무척 즐기는 듯하다. 10분이 멀다 하고 싸웠다가 다시 웃기를 반복하지만 그리 넓지 않은 드류 대학교 가족 기숙사에서 녀석들과 24시간 항상 붙어서 생활하니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녀석들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아침에 모두 늦잠을 자서 두 아들이 온라인으로 학교 출석 마감 시간 10분 전에 출석 확인을 했다. 학교 숙제를 끝낸 녀석들은 바둑을 뒀고, 아내는 그 사이에 해야 할 공부를 마친 후 점심으로 맛있는 닭다리 튀김을 준비했다. 점심을 먹은 후 두 아이는 한 시간의 단비 같이 반가운 오락 시간에 몰입했고, 나와 처는 다시 해야 할 공부를 했다. 오락이 끝난 아이들과 잠깐 모여 앉아 체스를 둔 후 우리 셋은 축구화를 신고 학교 운동장에 나가 축구를 연습했다.
"지누야, 니가 만약 아빠와 같이 운동장을 10 바퀴 달릴 수 있으면 5달러 줄게. 어제 미누는 10 바퀴 다 돌았다."
"진짜요? 5달러 줄 거예요? 그리고 미누가 진짜로 10 바퀴 달렸어요?"
"그래. 맞지? 미누야?" 미누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아빠가 지금 형을 놀리고 있으니 날 좀 도와주렴.'
"어, 형아. 맞아! 난 어제 10 바퀴 다 돌았어. 엄청 힘들었어."
"아빠, 그럼, 나도 돌 수 있어요."
내 계획은 성공했다. 지누는 다리에 힘이 풀려 네다섯 번 잔디밭에 넘어졌지만 이내 다시 일어나 내 뒤를 쫓아 뛰며 운동장 10 바퀴를 완주했다. 저녁 식탁에서 지누에게 5달러를 줬다. 한 마디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아빠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두 가지 동기를 부여했지. 하나는 니가 돈이 필요하다는 거, 다른 하나는 네가 미누에게 지는 걸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미누가 했다면 너도 꼭 할 거라는 거."
"그럼 아빠가 트릭trick한 거예요?"
"뭐, 속인건 아니고 너를 자극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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