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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와 미국 뉴욕 정신분석가 협회 모임 (2020/3/18)

삶, 사람, 사랑

by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20. 3. 19.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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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한 지 2주 만에 미국 전역은 비일상성이 일상성을 대체했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서로의 생명 유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생활 방식이 된 때를 우리를 지금 살고 있다. 내가 정신분석가 과정 교육을 받고 있는 정신분석가 협회에서는 수요일 오전 11시에 다 함께 모여 그 옛날 프로이트가 가까운 제자들과 수요일 저녁이면 집 거실에서 가졌던 정신분석사례 모임을 가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오늘부터 실제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던 모임이 줌Zoom이라는 누리망 매체를 통한 모임으로 바뀌었다. 20명 남짓되는 회원(정신분석가, 전문상담가, 사회상담복지사)이 모여 순식간에 변한 상황에 적응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9˙11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사회 혼란 상황으로 불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란.

 

       모두가 저마다의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난 그다지 감흥이 가질 않았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에 상륙하기 한 참 전 한국에 상륙했고, 한국의 급박한 상황을 아내는 실시간 관찰하며 나에게 알려줬다. 하긴 나말고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 대란으로 대한민국이 허덕이고 있던 어느 날 개인 상담 중 '뜬금없이 (무의적으로)' 분석가에게 말했다.

 

"어제 트럼프가 미국 국민을 위해 유럽 방한 중 했던 말을 들었다. 자기 부하, 곧 미국 의료진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이기 때문에 전혀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던데. 언제나처럼 '그레잇'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분석가와 난 함께 웃었고 잠시 후 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적어도 미국 국민의 긴장감과 불안감을 누그러뜨렸다는 점에서는 트럼프가 잘 했다고 생각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처하는 인간에 대해서 난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미 몸에 배어 습관이 된 편리를 향한 갈망을 쉽게 져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자기 삶이 위험하다는 걸 무조건적으로 인지했을 때, 인간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으로 바쁘게 달리기 시작할 거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걸 인정하려 들지 않으면서.

 

       이 고비 또한 넘어갈 거다. 지금까지 인간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 생존해왔다. 만물의 영장은 어쩌면 가장 오랫동안 생존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붙인 명함이 아닐까?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도 중요하게 과장해온 공동체도 잠시 옆으로 제쳐둘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표현으로. 인간,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몇 주 전 중국 우한과 다른 나라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그렇게도 둔감해 보였던 미국 사람들이 극도로 긴장한 채 아주 심각하게 이런 혼란 사태가 우리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명상이 필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다른 이를 돌봄과 동시에 우리 자신도 돌봐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누구도 알지 못하는 말인 듯 나누는 걸 보고 있으니 씁쓰러움이 밀려왔다.

 

       그렇다면 이런 때는 무엇을 해야 하나고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하련다. 일상의 모든 요소를 조용하게 내려놓고 지금까지 흘러온 개인의 삶에 관해, 가족의 삶에 대해, 공동체의 삶에 대해, 나라의 삶에 대해, 지구의 삶에 대해, 우주의 삶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부귀와 영화를 누려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 나에게, 우리에게 생길지 지금에 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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