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형성된 한 탄광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땅속으로 내려가 석탄을 채취하던 중 메탄가스 폭발가 발생했다. 가족보다 더 가깝게 살아가던 몇몇 동료가 폭발로 혹은 폭발로 내려앉은 갱도 암석에 깔려 죽었다. 폭발 사고로 살아남은 자는 탄광을 벗어나려 했지만, 폭발로 인해 갱도는 막혔고 메탄가스는 공기 대신 탄광을 가득 채웠다. 한 시간 가량 사용할 수 있는 산소 공급기에 의지한 채 살아남은 자는 살아남기 위해 힘겹게 갱도를 따라 기어서 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광부가 살아가는 삶의 상황을 현실감 있고 생동감 있게 전하기 위해 감독은 '절제'라는 단어를 영화를 구상하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새겨두었던거 같다. 과장미가 없기에 과장이 잠깐 가져다주는 감동 또한 없었다. 하지만, 과장미 없는 감동은 의식할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을 건드린다. 하루가 지난 후 언젠가 어디선가 읽었던 광부가 전하는 글 한 모퉁이가 생각났다. 우리는 흔히 '막장'이란 말을 더는 해볼 도리가 없는 절박한 순간 혹은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광부에게 '막장'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지만 여전히 내일이 머무는 장소이고, 그래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멋들어지게 보이는 3차 산업이 서있는 땅바닥 밑에는 2차 산업, 그중에서도 2차 산업의 자궁에 해당하는 탄광이 만들어져 있다. 고급 주택 혹은 초호화 호텔의 으리으리하고 장엄한 장식 뒤에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온도를 24시간 유지하는 냉/난방 장치가 숨겨져 있다. 신화학자 죠셉 캠벨이 한 말이 생각났다. "삶은 삶을 먹고 유지한다. Life lives on life."
이른 아침 갱도 안으로 걸어가면서, 늦은 밤 갱도 밖으로 걸아나오면서 여러 광부가 함께 불렀다는 노동가는 그래서 구슬프다.
Coal miner, coal miner, shine in your life
Working in the mountain, dark as night
What you are gonna do before you go back in
I am gonna ask the Lord to let me come out of here
광부야, 광부야, 인생 한 번 멋지게 살아야지
시꺼먼 산속에서만 일하지만 말야
갱도로 다시 내려가기 전에 뭘 할까
난 하나님께 다시 이곳으로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할래
이들에게 죽음은 먼 훗날에 찾아올 수도 있는, 그래서 항상 도망치고 싶은, 아득한 현실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매 순간, 죽음을 옆에 두고 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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