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과 살기로 결심했다. 동생 혜정은 13살 때 가족들과 떨어져 외딴 산꼭대기 건물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살아왔다. 내 삶에서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일이 동생의 삶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장혜영 감독과 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기로 결심하여 서울로 이사하는 날부터 6개월 동안 자기와 동생 혜정이 사이에서 일어난 일상을 영상에 담아 기록했다. 중증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혜정과 18년 만에 다시 한 지붕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은 시작부터 상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한 사람의 삶을 위해 다른 누군가는 자기의 삶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전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장혜영 감독은 찬찬히 새로운 변화로 가득한 일상을 향한 자기 내면 속 반응과 사회의 반응을 살펴 기록했다.
장애인의 삶은 불안했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하루 또 하루는 불안정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다. 불안정과 불확실성에 사로잡힌 자기에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주는 건 '신기하게도 - 너무도 당연하게도' 이성이 아니었다. 소통을 거부당하고 거부함에 길들여진 동생 혜정이 조금씩 그리고 가끔씩 보여주는 소통을 향한 기대감이 언니 혜영으로 하여금 또 새롭게 시작하는 장애인 동생과의 하루를 살아낼 힘이 되어 주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현실이다. 주변 사람의 칭찬과 격려도 무더운 여름에 찾아간 시골 오솔길 끝자락에서 기다리고 있던 계곡 물길이 건네는 찰나의 상쾌함과 시원함 이상일 수도 없다. 그래서 지인과 함께 한 어느 저녁 언니 혜영과 동생 혜정이 함께 부른 노래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에서 난 기대과 희망, 그리고 끈덕지게 이 둘에 붙어있는 불안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언니 혜영과 동생 혜정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감사했다. 무엇에 대해 감사했는지는 적지 않아도 대다수 사람은 알리라 생각한다. 이기심에서 비롯된 감사.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 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를 먹는 것은 두렵지 않아
상냥함을 잃어가는 것이 두려울 뿐
모두가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
흐르는 시간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네
언젠가 정말 할머니가 된다면
역시 할머니가 됐을 네 손을 잡고서
우리가 좋아한 그 가게에 앉아
오늘 처음 이 별에 온 외계인들처럼 웃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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