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庚子年) 흰 쥐가 주인공인 해가 시작했다. 부지런하고 영리한 동물인 쥐는 늘 먹이를 부지런히 모아놓는 성격 때문에 쥐띠인 사람은 먹을 복이 있다. 또한 쥐는 지진이나 화산, 산불 등 위험한 상황을 미리 알고 그전에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쥐띠인 사람은 살다가 맞닥뜨리는 위기를 잘 모면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몇 자 덧붙이면, 子時(자시)는 23시에서 01시로, 쥐가 먹이를 찾으러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뛰어다니는 시간이다. 방향은 북쪽이고, 달로는 음력 11월을 가리킨다. (출처: 궁금해요! 12띠, 김원석 글, 김주희 그림)
어제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 예배를 드리는 중에 수첩을 꺼내 끄적거림을 시작했다. 두서없는 글이 실은 마음속에 담긴 뜻을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020년 새해의 다짐부터 시작했다.
하나, 부모님과 가족 생일 챙기기 (적어도 연락하여 축하한다는 말은 전하며 살자.)
하나, 정신분석과정 환자 면담 시간 적어도 800시간 채우기 (욕심을 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하나, 유도 검정띠 따기 (주짓수에서 만족하지 말자.)
하나, 주먹질과 발길질 배우고 수련하기 (화요일 저녁에 유도를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또 다른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바꾸자.)
하나, 책 1권 출판하고 소논문 2편 출판하기
하나, 번역서 1권 출판하기
하나, 유엠씨UMC 목사 안수 과정 시도하기
하나, 가족 여행 (가족과 추억 만드는데 집중하자.)
산다는 거 부러움 받기와 부러움 주기 사이에서 오묘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자 할아버지가 말했다. 위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래를 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예배 시간 내 왼편에 지누가 앉아 있었다. 그 아이의 오른쪽 무릎과 내 왼쪽 무릎이 번번이 부딪혔다. 이 아이는 예배 중 무슨 생각을 할까가 궁금했다. 이 아이가 나만큼 자랐을 때, 나처럼 이 순간을, 매년 다시 또다시 돌아오는 이 순간을 진지하고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곱씹으며 살 수 있을까도 궁금했다. 말로는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란 깨달음은 그 순간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다.
그래. 역시나, 지금이고 오늘이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뿐이었다. 이것 말고 내가 손에 꽉 붙잡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다시 되새겼다.
그리고 시를 한 편 썼다. 제목은 《시간》으로 정했다.
어제 속에 오늘이
오늘 속에 내일이
내일 속에 오늘이
내일 속 오늘 속에는 내일의 어제가.
삶은 변하고 끝없이 흘러가지만
그 거대한 흐름 속에는 내가.
내가 살아낸 삶의 총합이
살아있다. 그게.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나에게 내가 물었다. 그리 긴 답을 찾질 못했다.
하나, 현민, 지누, 미누
하나, 박사 학위
하나, 유도/주짓수 검정띠
하나, 책
하나, 부모님과 또 다른 가족
하나 더 생각났다.
하나, 생명
이제 2020년 오래 달리기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2019년 마지막 주에 푹 쉬었으니 이제 다시 달릴 준비를 갈무리하고 달리기를 시작하자. 광유야. 살아있음이 축복이라면 살아있을 때 달리는 건 그 축복을 있는 그대로 누리는 여유로움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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