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사로 지은 다리가 무너져 두 다리를 다친 상이군인 김강호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공산당원으로 살아간다. 위대한 수령을 위해 나라 살림이 어려울 때일수록 아끼고 또 아껴 국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열변이 무겁게 들리는 이유는 명석한 논리보다는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하반신 때문이다. 그런 그도 당 지도자와 함께 있을 때는 몇 년째 끊긴 배식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를 연신 묻고 조금이라도 먹을 게 있으면 나눠달라고 애걸한다. 먹거리를 충분히 쟁겨둔 채 이야기 말꼬리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당 지도자에게 화가 난 김강호는 오열하며 외친다. 굶어 죽는 이가 자꾸 늘어가는 비참한 현실에서 도대체 뭘 더 아껴서 국가에 바쳐야 하느냐고. 그런 후 병원에 간 그는 마비된 다리가 치유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치유할 수 있음에도 치유할 수 있는 약품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곪아가는 상처를 아물게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침대에 누워 막막한 현실에 관해 생각하는데, 두 다리에서 시작한 마비 현상은 서서히 상반신으로 올라갈 거라며 병시중하는 아내를 불쌍히 여기는 의사와 간호사가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는다. 외동딸 효심이 생일날 낮에 일어난 일이다.
김강호의 아내 이소정은 그날 아침에도 버려진 당 사무실을 개조하여 남자에게 몸을 파는 성매매 가게에 나가 일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장에는 아침에만 잠깐 나가 일했다. 몇 년째 노동의 대가로 받아야 할 음식 배급을 못 받고 있지만, 혹시나 아침에라도 나가 일하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졌을 때 배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오늘도 그렇게 했다. 사고로 두 다리가 마비된 남편 병원비를 위해 지금까지 사용한 돈이 얼마였나? 결국 집도 저당 잡혔다. 그리고 오늘 몸을 파는 가게로 찾아온 그는 집문서를 자신에게 넘기지 않으면 자신을 체포하고 남편과 딸은 반공산주의자로 지목하여 수용소로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내일까지 집문서를 넘기겠다고 약속한 후 헤어졌다. 그냥 가려는 그를 불러 세워 빼앗아간 그 날 오후 몸을 팔아 번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인적이 드문 길가에 몇 사람이 모여 이룬 시장에 들러 쌀과 달걀 두 알, 남편을 위해 술도 한 병 샀다. 외동딸 효심과 남편을 위해서 마지막 사치를 저지르기로 했다.
정성스레 준비한 저녁상을 보고 남편은 다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먹을 먹거리가 있으면 아끼고 또 아껴서 국가에 바쳐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수령님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게 아니냐고 아내를 다그쳤다. 아내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저녁밥을 먹자고 부탁했지만, 남편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하루 동안 마음속에 고였던 자기를 향한 분노, 국가를 향한 분노, 인생을 향한 분노를 아내와 딸에게 쏟아부었다.
그런데, 아내도 참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더 아껴야 하냐고, 더 아낄 게 뭐가 남았냐고 남편에게 대들었다.
아내의 광기에 기세가 눌린 남편은 잠시 주춤하더니 어디서 돈이 생겨 이런 저녁을 준비할 반찬거리를 샀냐고 묻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내가 놀라 주춤했다. 차마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이리저리 변명하다 결국 남편이 그렇게도 존경하는 수령님을 오늘 만났다고 거짓말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수령님을 만난 '접견자'가 되었고, 조만간에 수령님은 가족 모두를 평양으로 데려가기로 약속하셨다고 말했다.
저녁 내내 외동딸 효심은 평양 놀이공원에 간다는 환상에 젖어 있었고, 남편은 평양에 가서 수술을 받아 다시 일어나 예전처럼 아내와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자기를 술기운을 빌려 상상했다.
곤히 잠든 효심. 불현듯 남편은 아내가 몸을 팔아 자기와 딸 효심을 거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아내에게 편지를 남긴 후 집에 오는 길에 산 쥐약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집안 정리를 끝낸 소정도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자신만 죽어 사라진다면 집문서도 당원에게 넘기지 않을 수 있고 남편과 딸도 수용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자신이 죽는 거라고 정황을 설명한다. 그런 후 그녀 역시 쥐약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입 주변으로 피가 흘러나오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효심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영화 제목 사랑의 선물은 소정이가 준비한 저녁상일까? 아니면 김강호의 죽음일까? 아니면 이소정의 죽음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김강호와 이소정의 죽음 후에 계속해서 삶을 이어갈 효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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