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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Farland, USA (2015)

영화 속에 담긴 현실

by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16. 12. 30.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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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가을 어느 금요일 밤부터 시작한 첫째 아들 지누 (8살)와 함께 하는 '불금 (불타는 금요일)'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처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늦은 밤 좋은 영화를 찾아 골라서 봤는데, 지누가 합류했다. 그순간부터 처와 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향해 방향을 돌렸다. 우리 두 사람의 눈이 멈춘 곳은 드라마 영화.


     한 편 두 편 드라마 영화를 찾아서 보면서 느낀 건 평점은 평점일 뿐이란 사실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관심이 다르기에 한 영화가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불금'을 위해 영화를 고를 때, 평점에 의존하지만 점수 때문에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 보지 말아야 할 영화라는 선입견을 가지지는 않는다.


     지누는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 최고의 영화로 맥파랜드 유에스에이 (2015)를 꼽았다. 멕시코에 근접한 멕시코 시티의 한 마을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화가 디즈니 영화사에 의해 영화에 담겼다. 불법이민자의 아들 딸로 태어난 라틴계 미국인 아이들의 삶은 고달프다. 이른 아침 부모님과 함께 농장에 나가 일을 하고 학교가 시작할 시간이 되면 책가방을 메고 냅다 달린다. 하루에 몇 마일씩 달리는 건 생활의 일부분이다. 이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미식축구 조감독으로 부임한 백인 선생님은 더이상 자신을 고용해 줄 학교를 찾을 수 없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 이른 사람이다. 학교도 삶도 싫었던 그에게는 불평과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농장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집으로 무조건 달리는 아이들을 보며 장거리 달리기 종목을 생각한다. 그렇게 시작한 장거리 달리기로 인해 맥파랜드 고등학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유명해졌다. 8살 지누도 힘든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는 맥파랜드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좋았나보다. 자신도 한국계 미국인이기에 라틴계 미국인인 형들이 달리는 모습에서 자기 모습을 발견했나보다. 


     캘리포니아주 대회에 출전한 아이들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감독이 말했다. "너희들이 살아온 삶과 그 삶속에서 달린 거리는 이 대회에 출저한 그 어떤 아이들보다 험난하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너희들은 지금까지 꿋꿋하게 달려왔다. 이 자리에서 너희들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너희들 말고는 없다. 달려라!"


     "할 수 있다!"라는 기본적인 등식을 줄거리 뼈대로 삼고 있지만 모두가 희망하는 바를 현실로 옮기는 한 선생님과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엄마와 아빠, 아이는 응원하고 열광하며 "우리도!"란 꿈을 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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