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세운 제3공확국The Third Reich이 유럽 전역에 죽음이란 공포를 불러왔을 때, 대중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반응했다. 히틀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그가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신의 현현이라 믿으며 따르는 게 첫 번째 방법이라면, 히틀러의 말과 행동이 건강하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에 반대했을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침묵과 방관으로 상황을 주시하는 게 두 번째 방법이었다. 세 번째 방법은 히틀러의 잘못을 다른 이에게 알리며 반대하는 일이었다. 세 번째 방법을 택한 이가 극소수에 불과했음을 모두 다 잘 알고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Detrich Bonhoeffer를 위대한 이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극소수에 속한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그가 남긴 사회정의를 위한 사자후는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에게 변함없이 소중한 경전처럼 읽히고 언급된다. 영화 <숨겨진 한 가지 삶 (2019)> 디트리히 본회퍼가 속한 극소수 집단에 속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본회퍼와 같은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본회퍼처럼 행동으로 옮겼고, 이로 인해 사형을 당한 이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 건 이 세상 사람 그 누구도 그를 기억하며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잊혀진 삶. 그래서 영화감독 터렌스 말릭Terrence Malick은 본회퍼만큼이나 위대한 삶을 살았지만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의 삶을 그린 영화에 숨겨진 한 가지 삶이란 제목을 붙였다.
영화 속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어느 한 산골짜기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농부 한 명과 그의 가족 (홀어머니, 아내, 두 딸)이다. 프란츠 야거스타털Franz Jägerstätter은 자기가 태어난 산골짜기 마을에서 태어났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났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함께 자란 파니Fani를 만나 결혼했고 두 딸을 낳아 가정을 일구었다. 프란츠가 일군 가정은 대대로 물려받은 집 앞 밭과 자연에 의지해서 살았고, 그곳을 떠난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란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야 했다. 히틀러 정권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는 전쟁터에 보낼 병사를 양성하기 위해 전 국민의 군인화란 목표를 실천에 옮겼고 건장한 남자를 지정 장소에 모아 군사훈련을 받게 했다. 낮에는 군사훈련, 곧 어떻게 하면 적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지를 배웠고, 저녁에는 국방부에서 제작한 전쟁 찬양 영상물을 시청했다. 프란츠는 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올바르다고 믿으며 살아온 종교 생활과 자연이 가르쳐준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게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싫고, 군사 훈련이 싫었지만, 마을 사람 대다수는 말없이 침묵과 방관으로 징집 훈련에 응했다. 프란츠는 달랐다. 징집을 거부했고, 군부정권을 위한 농작물 기부 또한 거부했다.
군사재판소는 난감했다. 프란츠 같은 이를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놓고 반정부주의자라고 한 마디로 규정지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를 못본 척할 수도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프란츠가 너무도 평범한 농민이었기 때문이다.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사형 결정이 날 때까지 걸린 시간이 2년. 총을 들지 않고 의무병으로 전쟁에 참여하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프란츠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리고 그렇고, 프란츠는 이 세상에 그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for the growing good of the world is partly dependent on unhistoric acts; and that things are not so ill with you and me as they might have been, is half owing to the number who lived faithfully a hidden life, and rest in unvisited tombs.” - George Eliot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건 어느 정도는 기억에 남지 않은 일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삶이 생각보다 나은 이유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숨겨진 삶을 신실하게 살다 누구도 찾지 않는 무덤에서 쉬고 있는 사람 때문이다." - 조지 엘리엇
대한민국 젊은이 중 상당수가 주식에 투자하며 산다는 걸 알았다. 한 단계 성장, 한 걸음 내딛기, 좀 더 나은 삶 쟁취하기가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눈 깜짝할 사이에 움켜쥘 수 있는 순간과 능력에 달려있다는 증명되지 못한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이가 오늘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준비를 해야 할 젊은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막막해졌다. 세상과 인간, 삶은 과연 진보하는가? 얼마나 많은 이가 자기가 결정한 숨겨진 한 가지 삶에 전념하는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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