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잔인했다. 처는 밤에 잠이 오지 않을 거 같다고 보길 꺼렸다. 지누는 사뭇 진지했다. 살인 청부업자로 보이는 한 남자(장동건)이 건물 위로 걸어 올라가며 권총에 소음장치를 끼운다. 계단에 서 있던 두 남자를 총으로 쏘아 죽인 후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어느 집 대문을 연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며 방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다 죽인다.
장면이 바뀐다. 어느 봄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한 소녀가 있다. 그 소녀 옆에 승용차 한 대가 선다. 다음 장면에는 바닥에 떨어진 책가방이 하나 보인다. 소녀는 발가벗겨져 탁자 위에 누워있고 발가벗은 세 남자는 소녀를 희롱한다. 소녀의 얼굴과 몸이 피로 얼룩져있다. 잠시 후 귀에 이어폰을 꽂은 한 미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에게 다가간다. 마약이 든 주사기를 소녀의 팔에 꽂는다. 소녀의 동공이 풀린다. 잠시 후 미소년은 낚싯줄로 소녀의 목을 감아 죽인다. 여기에서 멈췄다. 아내와 지누가 더는 보기 싫다고 말했다. 여러 달 후 혼자 집에 있을 때 혹시나 하는 맘에 다시 봤다.
미소년은 북한 고위층 간부의 아들이다.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 아이는 여자를 납치해 희롱한 후 죽이는데 쾌감을 느끼는 변태 성욕자다. 고위층 간부인 아버지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지자 한국으로 넘어왔다. 제 버릇 개도 못 준다고 한국에서 연쇄 살인 사건을 저지른다. 습관에 이끌려 여자를 납치한 후 성적으로 희롱하고 죽인다. 한국 경찰이 이 미소년을 잡으려 하지만 미국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안기부는 이 소년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미국은 이 소년을 보호해야 한다. 북한 국가 운영 자금 행방을 이 소년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년 역시 한국도 미국도 자기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다리와 변태성 연쇄 살인 놀이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이 영화, 대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미소년이 상징하는 북한. 영화는 미소년을 괴물, 변태성 연쇄 살인마로 그린다. 북한은 괴물, 변태성 연쇄 살인마다. 그 속에 담긴 논리는 북한은 나쁜 나라, 사라져야 할 나라일까? 그렇지 않다. 영화는 미소년을 괴물로 만든 북한, 미국, 한국 사이 미묘한 삼각관계를 비판한다. 미국의 명령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한국, 정의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외교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미국. 이 둘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 북한은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정상이 아니다. 왜냐고?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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