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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2019)

영화 속에 담긴 현실

by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19. 11. 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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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2019)

우리가 믿는 현실은 환상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물체를 그 물체로 만드는 건 그 순간 우리가 택한 '관점'과 관점이 낳는 '해석'일뿐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은 언젠가 한 수업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달을 볼 수 있는 건 달이 거기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달이 있는 곳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사실은 우리가 '생각'이라 부르는 '관점'이 만들어낸 '환상'일뿐이다.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은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양자물리학? 아마도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차원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영화는 시작부터 내 기대와 예감이 틀렸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 없는 술집 호객꾼 이찬우(배우 박해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술집을 하나 개업하는 게 꿈인 그는 못 배운 사람 취급받지 않기 위해 책을 뒤적이다 한 이론을 만났다. 양자물리학.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이론을 굳게 믿으며 살아왔고 드디어 멋진 술집 하나를 지어 개업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1층은 최첨단 음향장치로 젊은이들에 환락의 극치를 맛볼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는 디스코텍, 2층은 정계를 주름잡는 돈, 명예, 권력 세 가지를 모두 손에 넣은 이들이 모여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고급 술집. 이찬우는 고급 마담 성은영(배우 서예지)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영화의 첫 장면이다.

 

     정계의 큰 손 백 영감(배우 변희봉)의 막내아들이 이찬우가 개업한 디스코텍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마약하는 걸 미끼로 백영감을 잡으려는 검찰, 백영감의 막개 아들의 마약 협의를 미끼로 청와대에 들어가려는 야망을 이루려는 검사단, 검찰과 손을 잡아 백영감 뒤통수를 때림으로서 자기 세력권을 확대하려는 한 조직폭력배 두목, 백영감의 막내 아들이 마약을 하던 중 검사단에 잡혀 조사를 받다 홧김에 친구의 목을 칼로 그어 죽였다는 소식으로 특종을 만들려는 한 방송사의 젊은 사장.

 

     영화는 단호하게 말했다. "생각이 현실을 만들지 못한다. 현실은 만드는 건 돈과 권력이다." 돈으로 어제는 오늘 새로운 현실로 변했다. 권력으로 어제와 달라진 오늘은 내일 다시 어제로 돌아갔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물리학 이론은 에덴동산에서나 가능할까? 섬뜩한 한 가지 사실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자기에서 주어진 엄마의 자궁처럼 완벽한 동산에서의 삶에 싫증을 느꼈고, 새로운 걸, 보다 짜릿할 걸 욕망했다는 점이다. 돈과 권력이 현실을 만들다면, 돈과 권력을 만드는 건 무엇일까?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98.4 퍼센트가 같다. 1.6 퍼센트의 차이를 만다는 건 무엇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침팬지는 명품과 명품이 아닌 사물 사이의 차이점을 구별하지 못한다.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은 인간의 판단이다. 침팬지는 명품과 명품이 아닌 사물을 구별하지 않는다. 명품과 명품이 아닌 사물을 구별하는 건 허영과 욕망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현실로 만다는 건? 허영과 욕망이다. 헛된 꿈과 끝을 알 수 없는 바람.

 

     영화는 결혼식 사진과 함께 끝난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물리학의 현실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대한민국 어느 해변가에 결혼식 사진을 찍으며 이찬우가 외친다. "자, 멕시코 해변가처럼!" 끝없는 욕망. 욕망을 실현할 수 없는 현실. 그 속에서 인간 대부분은 환상이란 영역으로 도망간다. 환상 속에서 꿈을 실제처럼 믿으려 한다.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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