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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2012)

영화 속에 담긴 현실

by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19. 11. 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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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는 항상 강렬했다. 2012년에 그가 만든 영화 「피에타」를 보면서 왜 그의 영화는 내 마음속에 강렬하게 다가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김기덕 감독 영화에는 '극적' 효과가 최대한 절제되어 있다. '극적' 효과라 함은 실제 삶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에 관한 감각적 묘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이런 '극적' 효과를 최대한 자제한다. 그의 작품에 담긴 남녀의 정사 장면이 충격적인 이유는 '극적' 효과가 배제된 정사 장면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정사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환상적 요소를 강조하기 십상인데, 김기덕 감독은 정반대 방향으로 정사 장면에 접근한다. 인간을 묘사할 때도 김기덕 감독은 일반 감독은 최대한 기피하려고 하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기법으로 관객에게 멍한 충격을 안긴다. 폭력을 묘사할 때도 극적 요소를 제거했기 때문에 관객은 심장박동수가 일시적으로 변화하는 걸 느낄 수는 없다. 대신에 극적이지 않은 너무나 평범한 폭력 장면은 관객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는다 

 

     피에타 Pietà. 이탈리아 말로 '슬픔'과 '비탄'을 뜻한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이름을 붙일 때 종종 사용하는 단어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 건축가,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미켄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1475-1564)가 만든 피에타 조각상은 현재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대성전Basilica di San Pietro in Vaticano에 보관되어 있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라는 제목을 붙인 이 영화에서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인간의 영혼까지 개조해 버린 자본주의의 마성魔性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자본주의 경제 구조 심장에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이윤 추구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욕망을 무한대로 만족시키고자 종횡무진하는 인간을 적절하게 규제해서 자본주의가 만인을 위한 경제 구조가 될 수 있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 이제 그의 이론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을 세상에서 찾기란 하늘에서 별따는 것만큼 어렵다. 자본주의Capitalism는 제국주의Imperialism를 낳았고, 제국주의는 식민주의Colinialism를 낳았고, 식민주의는 민족적 자긍심Ethnic Competence을 집단적 열등감Collective Imperiority, 상대적 박탈감Rleative Deprivation과 맞바꾸었다.

 

     영화 속 주인공은 고리대금업소 말단 사원이다. 그가 하는 일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협박과 함께 돈을 뜯어내고 협박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한 자의 신체 일부를 못쓰게 만들어 사고 보험을 타낸다. 김기덕 감독은 얼음처럼 차가운 그의 마음이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은 경험이라 단정 지었다. 한 사람의 몸을 불구로 만든 날 그는 날짐승을 사서 집으로 가져와 삶아 먹는다. 자본주의 심장에서 살면서 "보이지 않는 손"의 어두운 역할을 담당하는 그가 먹는 음식은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 원시인이 동물을 잡아 먹던 방식을 고수한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찾아온 중년 여인은 다짜고짜 자신을 버려서 이렇게 자라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난생처음 모성과 대면한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결국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중년 여인에게 자신 또한 자기가 떠난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여인을 겁탈한다. 그렇게 함께 살게 된 둘은 서서히 아들과 엄마라는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엄마는 아들의 집에 들어와 아들의 엄마가 된 순간부터 철저하게 아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아들과 집에 있을 때면 엄마는 끝없이 뜨개질만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한 손에는 풍요의 뿔을 다른 한 손에는 운명의 키를 들고 있는 티케Tych가 생각난다. 자본주의라는 시장 체계에 얽히고설킨 우리네 삶을 계속해서 뜨개질로 엮어가는 엄마. 마치 영화 속 등장인물의 삶으로부터 떨어지려니 우리에게 '너 또한 이들이 될 수 있다.'를 엄중하게 경고한다.

 

     엄마는 진짜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는 다른 남자의 엄마였다. 그 다른 남자는 조여오는 고리대금업자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채 자신이 운영하던 공장에서 스스로 목을 매달아 삶을 끝냈다. 엄마는 아들을 죽음으로 이끈 '보이지 않는 손'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찾아왔다.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사는 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는 돈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생명이었고, 생명을 생명 되게 하는 추억과 기억이었습니다. 돈의 인도를 따라 돈만 쫓아가는 그에게 엄마는 '엄마'로 다가와 새로운 생명을 낳았고, 그 생명은 추억과 기억으로 활기를 얻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그가 불구로 만든 한 남자에 의해 납치된 후 그가 누군가를 불구로 만들기 위해 주로 사용했던 폐허가 된 미완료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물론 그는 이 순간을 자신이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삶이 유발한 비극으로 이해한다. 엄마의 유언을 따라 자신이 엄마를 위해 심어주었던 나무 옆에 무덤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던 그는 엄마의 진짜 아들이 그곳에 매장되어 있는 걸 발견한다. 자신을 위해 뜨고 있다고 생각했던 옷이 입혀진 시체. 그는 그 시체에게 입혀진 옷을 입은 후 시체와 엄마 사이에 누운 채 눈을 감는다.

 

     자본주의의 종착지를 예견하는 영화 「피에타」. '보이지 않는 손'이 실은 새로운 자본주의적 운명을 만들어내는 마성임을 영화는 극적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 사건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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