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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믿음

그루터기에 앉아서

by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16. 5. 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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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슬리회심기념주일, 성령강림 후 제1주: 흰색)




설교자: 이광유 목사        


         어느 날 예수님은 제자와 함께 사마리아에 가셨고 야곱의 우물이라 불리는 한 우물가에서 휴식을 취하셨습니다옛날 옛적 야곱은 형 에서를 사십 년 만에 다시 만난 날 함께 아버지 이삭을 만나러 가자는 형의 부탁을 애써 거절하며 형에게 먼저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그런 후 야곱은 고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아버지에게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형 에서가 사는 세일이 아닌 숙곳이란 지역에서 며칠 간 머문 후세겜이란 곳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아들로부터 그 지역 땅 일부분을 돈을 주고 샀습니다그곳에서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우물을 하나 팠고 제단을 쌓아 하나님께 예배했습니다예배 후 그 제단을 엘 엘로헤 이스라엘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하나님이스라엘의 하나님이란 뜻입니다후대의 사람들은 야곱이 판 우물을 야곱의 우물이라 불렀습니다.


한평생 남보다 더 많은 걸 가지려고 노력하며 살았던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나기 전날 밤 얍복 강가에서 지금까지 살며 자신이 손에 쥔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습니다그래서 그는 그날 밤 하나님의 천사를 붙잡았습니다하나님을 붙잡았습니다세상의 복이 아닌 하나님의 복을 달라고 밤새도록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야곱의 끈질김에 굴복한 하나님은 야곱에게 새 이름을 주셨습니다이스라엘. “하나님과 씨름하여 이긴 사람이란 뜻입니다세상에서 얻은 모든 걸 다 버리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게 하나님이었습니다약함이 강함을 이긴다는 기독교의 진리를 직접 몸으로 실천한 첫 번째 사람이 이스라엘입니다새롭게 시작하는 자신의 삶환도 뼈를 다쳐 더는 정상인으로 살 수 없는 그가 만난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하나님도 이삭의 하나님도 아니었습니다그가 만난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곧 자신이 직접 만난 하나님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재미나고 의미심장한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야곱의 후손은 야곱이 남긴 우물은 기억했습니다하지만 야곱이 남긴 우물 속에 담긴 삶의 뜻과 의미는 완전히 잊어버렸습니다야곱이 직접 판 우물을 야곱의 우물이라고 불렀지만그 이름의 뜻은 아무도 기억하질 못했습니다


        한 사마리아 여인이 물을 기르기 위해 그 우물가로 걸어오자 예수님은 그 여인을 향해 말씀하셨습니다. “물을 좀 길어서 나눠줄 수 있을까요?” 여인의 대답이 쌀쌀합니다. “당신은 왜 사마리아 사람인 제게 말을 거세요?”

       

        사마리아는 이스라엘 나라의 한 도시입니다그런데 사마리아 사람은 이스라엘 사람임에도 다른 지역에 사는 이스라엘 사람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어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살았습니다왜냐하면호세아가 북이스라엘 마지막 왕으로 있을 때아시리아 왕국이 쳐들어와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켰습니다그런 후 사마리아에 사는 이스라엘 사람을 포로로 삼아 자신의 나라로 데려갔고 바빌론과 구다에 사는 다른 민족을 사마리아로 강제 이주시켰습니다그 순간부터 사마리아에 사는 이스라엘 민족은 혈통의 순수성을 상실했습니다세월은 흘렀고 다른 민족과의 거듭된 결혼은 사마리아에 사는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을 혼란 속에 빠뜨렸습니다그래서 이스라엘 민족은 사마리아에 사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스라엘 민족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이스라엘 사람이지만 이방인으로 취급당했던 이들이 사마리아에 사는 이스라엘 민족이었습니다.

       

        여인을 향해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당신이 자비하신 하나님과 내가 누구인지를 안다면 내게 물 한 잔 건네주는 걸 개의치 않을 거예요그러면 전 당신께 생명의 물을 줄 거예요.” 여인이 대답합니다. “당신은 물동이도 없잖아요그리고 이 우물은 깊어요어떻게 생명의 물을 뜰 거죠당신이 우리 조상 야곱보다 더 대단하단 말인가요?”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를 겁니다하지만 제가 드리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더는 목마르지 않을 거예요제가 드리는 물은 우물의 수맥에서 길러 올린 물이라 끝이 없어요.” 여인이 대답합니다. “선생님그런 물을 제게 좀 주세요그런 물을 마시면 두 번 다시 여기에 물 기르러 오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때 예수님은 전혀 뜻밖의 말을 꺼내놓습니다. “가서 네 남편을 데리고 여기로 와라.” “전 남편이 없어요.” “남편이 없다라니맞는 말이네넌 남편이 다섯 명이었지그러니 지금 네가 함께 사는 남자는 네 남편이 아니지맞는 말이야.” 여인이 깜짝 놀라 말했습니다. “당신 선지자군요옛날에 제 선조는 이 산에서 하나님께 예배드렸어요그런데 당신들 유대인은 예루살렘에서만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그러던데맞는 말인가요?”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은 야곱의 우물에서 나는 물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그런데 예수님께서 말씀한 과 사마리아 여인이 말한 은 서로 다른 이었습니다사마리아 여인은 육체의 목마름을 적셔줄 물에 대해 말했습니다반면에 예수님은 육체가 아닌 마음의 목마름을 적셔줄 물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네 남편을 데리고 여기로 오면 내가 마시고 싶은 물을 주겠다.”는 예수님의 말씀 앞에 여인의 마음은 무너져내렸습니다다섯 명의 남편을 통해서도 채울 수 없었던 마음의 목마름을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기억 속에 빠져 있던 하나님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자신의 기구한 삶이 하나님을 잘못 믿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었나 하는 겁에 사로잡혔습니다그래서 예수님께 어떻게 하나님께 예배드리는지를 물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너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고 우리는 아는 것을 예배하노니 이는 구원이 유대인에게서 남이라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요한복음 4:21-24)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사람은 사사로운 마음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하여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자신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하나님을 위한 예배인지 아니면 주변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예배그러니까 결국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예배하는지를 냉정하고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누구나 옳다고 말하는 것을 옳다고 말할 수 있고 누구나 틀렸다고 말하는 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야곱이 그 우물을 팠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바로 그 장소에서 야곱은 할아버지의 하나님도 아니고 아버지의 하나님도 아니고 자신의 하나님을 발견하여 움켜졌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사마리아 여인에게 예수님은 육체의 목마름이 해결된 후에 문제가 되는 건 마음의 목마름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셨습니다그리고 마음의 목마름은 결단코 육체의 목마름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알려주셨습니다이 마음의 목마름을 해결하는 방법이 예배입니다지금 이 시간 적은 인원이 모여있지만 그리고 요벨교회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영과 진리로 무장하여 예배드리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이 예배당을 지켜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시간은그리고 시간을 창조하여 다스리는 하나님은무엇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무엇이 진심이었는지를 결국에는 세상에 드러내 놓을 겁니다하나님께서 창조한 만물은 하나님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습니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기도


하나님, 27년 전 이곳에서 (  ) (  ) 교회는 태어났습니다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예배당에 가득했습니다예배 후 친교 시간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로 가득했습니다좋은 시절이었습니다시간은 흘렀고아이들은 모두 잘 자라나 자신의 삶을 찾아 야곱처럼 떠나갔습니다이제 늙은 저희만 남았습니다그러고 보니 저희가 늙었듯이 (  ) (  ) 교회도 늙었습니다하지만 하나님 우리의 몸은 약해졌고 기력은 쇠했지만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기백과 꿈은 세월과 함께 한가득 자라났습니다지금까지 우리를 이끄신 하나님 앞으로도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기교와 속임수가 아닌 영과 진리로 당신께 예배드리는 (  ) (  ) 교회가 되겠습니다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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