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번째 책 (2020)
난 내가 겸손하다고 생각했다. 겸손하지 않다면 자기 자랑질을 피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 "침묵은 금이다."란 동양 군자의 가치 기준에 입각한 삶을 살아내려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었다. 정신분석학을 배우고, 다른 이를 상담하며 그 사람의 정신구조(습관화를 지나 고착화된 사고방식)를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서서히 깨달았다. 내가 겸손함이라고 믿었던 건 어쩌면 단단하지 못한 내 자존감을 감추기 위해 사용한 도덕화moralization란 방어 과정일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한 가지 사실이 내 마음에서 한 순간에 살아났다. 어린 시절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일어나 나 자신을 드러내야 할 순간이 오면 내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
삶, 사람, 사랑
2021. 4. 6.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