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이가 불혹에 접어들던 날 (2020년 11월 20일 금요일)
"당신 이번 선물에는 뭘 가지고 싶어요?" "글쎄요. 딱히 가지고 싶은 게 없는데..." "그래도 당신 생일인데, 뭐라도 가지고 싶은 게 있었으면 하나 사야죠." "그럼, 하나 있긴한데..." "뭐죠?" "청소기. 엘지에서 나온 거." "그건... 괜찮습니다!" 처와 난 웃음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2020년 11월 20일 처는 마흔에 접어들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이현민이란 이름의 여자를 만난 지 19년이 지났다. 난 아직도 내가 현민이를 처음 만난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붉은색과 보라색 중간쯤 되는 색깔 립스틱이 칠해진 아담하면서도 동그랗게 다물어진 입술은 옆자리에 친구가 앉자마자 화사하게 벌어지며 웃음으로 바뀌었다. 참하게 빗어 내린 단발머리. 원래 머리카락 색깔이 갈색끼가 다분한지는 몰랐다...
삶, 사람, 사랑
2020. 12. 1.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