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담긴 현실

사바하 娑婆訶 The Sixth Finger (2019) - 04/03/2020

느긋하게, 차분하게, 꾸준하게 2020. 4. 16. 01:04

사바하 (2019)

영화 <사바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종교의 본질은 도대체 무엇인가?"쯤 될 거 같다. 종교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인가를 장재현 감독은 신화, 추리, 범죄, 종교를 뒤섞어 관객에게 제시했다.

 

       석가가 되길 거부하고 인간계로 돌아와 인간 교화를 위해 애쓴다는 전설 속 인물 보살이 태어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런데, 환생한 보살은 비정상적 모습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현실로부터 철저하게 격리된 채 자라난다. 보살과 함께 태어난 쌍둥이 동생은 엄마 자궁에서 보살이 오른쪽 다리를 물어뜯었기 때문에 오른쪽 다리를 쩔뚝거리는 장애인으로 태어나 자라난다. 언니의 존재 자체를 증오하는 동생은 언니로부터 벗어나려 하지만 언니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자기임을 알기 때문에 매일 창고에 갇힌 채 사는 언니에게 밥을 가져다준다.

 

        사이비종교를 연구, 조사, 답사하여 언론에 고발하는 사무실을 운영하는 박웅재 목사(이정재). 사이비 목사로 보이는 그가 사이비 종교를 찾아 전국을 헤매며 사는 모습에 자연스레 쓴웃음이 나온다. 박웅재 목사 밑에서 일하는 고요셉 전도사(이다윗)가 하는 일은 박웅재 목사가 지명한 사이비로 여겨지는 종교 단체 활동에 직접 참여하여 사이비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다.

 

       한 사이비 종교 단체가 이 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종교 활동에 참여하고, 종교 단체가 사용하는 경전을 확보하여 분석하는 가운데 전설이 된 종교인 김제석(정동환)에 관해 알게 된다. 김제석의 발자취를 추적하니 100살이 넘은 나이에도 살아있는 김제석은 현재 죽음을 극복하여 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환생한 보살로 여겨지는 아이들을 추적해 살해하는 일은 수십 년 간 해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는 김제석 뒤에 김동수(유지태)가 있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영생을 꿈꿨던 김제석을 수족처럼 사용했 김동수는 과연 무엇을 원했을까? 김동수는 불에 타서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김동수가 그렇게도 죽이려고 애썼던 태어난 순간부터 현실로 동떨어져 살았던 보살도 죽는다. 선과 악을 하나로 다시 묶은 게 죽음이었다. 

 

       영생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삶과 죽음 조차 무가치하게 대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하나님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으시다. 그래서 박웅재 목사는 마음속으로 시편 한 소절을 읊조린다. 종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종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할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라고 장재현 감독은 나지막이 말했다. 

 

       삶과 죽음, 영생, 종교, 욕망, 폭력, 파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