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Inception (2010) - 03/29/2020
꿈을 꾸는 나를 지켜보는 나, 다시 그런 나를 지켜보는 나. 그리고 꿈을 꾸는 나를 지켜보는 나를 다시 지켜보는 나 를 또다시 지켜보는 나. 이게 가능한 일일까? 꿈속에 꿈을 꾼 적은 있지만, 꿈속에서 꿈을 꾸고, 다시 그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꿔본 적은 여태까지 없다. 영화 <인셉션Inception>은 꿈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였다. 개봉 후 10년이 지나 지누와 미누, 처와 함께 다시 봤더니 이 영화는 꿈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접근해 보려는 인간의 욕망과 의지를 그린 영화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꿈은 무의식unconsciousness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현실 의식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 분열 현상을 통해서만 생겨날 수 있다가 프로이트가 바라본 인간의 마음 구조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이에 반해 미국 실험 심리학의 거장 윌리암 제임스William James는 무의식이라는 개념보다는 잠재의식subconsciousness이란 개념을 선호했다. 이 개념으로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생명이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마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였다. 이러한 논리를 가지 몇 걸음 더 나가면 융Gustav Carl Jung을 만나게 된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진화를 통해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삶의 경험이 저장되어 있고 이 경험의 총합인 집단 무의식the collective unconscious은 이성을 중심에 놓고 살아가는 인간 삶의 부족함을 간섭하여 보강하고 도와주려 한다는 생각과 마주친다. 영화 <인셉션>은 인간 마음의 역동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배경으로 해야지만 그 재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미래의 범죄 집단은 만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닌 만질 수 없는 대상을 훔친다. 만질 수 없는 대상은 가상화폐가 아니라 마음속 한편에 숨겨진 우리 자신도 알지 못하는 소중한 정보와 대상관계다. 영화 속 주인공은 목표물로 지목한 사람의 꿈속에 침투하여 (잠재의식 속에 침투하여), 꿈속 세계를 모험하여 필요한 정보를 찾아 현실로 돌아온다. 정신요법talk therapy의 한계를 예고하는 영화 같기도 하고 정신요법이 나가야 할 길을 슬쩍 내비치는 영화 같기도 하다.
"아빠, 이 영화는 보고 나니까 머리가 너무 아파요." 둘째 아들 미누의 감상평이다.
"왜?" 미누의 양손을 잡아 내 가슴속으로 끌어 당기며 물었다.
"너무 컴플리케이드complicated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가 없었어요. 난 꿈을 꾸면 그냥 꿈속인데. 어떻게 드림 인 드림 인 드림 인 드림dreams in dreams in dreams in dreams이 가능하죠? 이게 돼요?" 8살 소년은 냉철하게 관찰했다.